같은 배를 탔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성낙선 기자]
▲ 연화도 보덕암에서 바라다보는 용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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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도 항구에 닿기 직전, 하선을 기다리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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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작은 섬, 연화도
이날 아침,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여객선터미널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기는 했는데, 그때까지 배에 자전거를 실을지 말지 채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산도 전체 면적이 14.7㎢, 연화도 전체 면적이 1.7㎢. 연화도는 섬 전역을 자전거로 둘러봤던 한산도에 비해 면적이 9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 연화도 연화항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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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까지는 배로 1시간가량 걸린다. 바다 위, 오갈 데 없는 배 안에서 보내기에는 제법 긴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배가 지나가는 바닷길 옆으로 무수히 많은 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일일이 그 이름을 열거하기도 힘들다.
▲ 연화봉 등산로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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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행객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배 안에서 한껏 들떠 있던 분위기와 달리, 연화도에 발을 내려놓자마자 등산객들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가 인다. 배에서 내려 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군가 이날의 여행 일정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연화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섬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연화봉을 넘어가는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화봉 중턱을 지나가는 도보여행 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 연화봉 오르는 길. 나뭇가지로 뒤덮인 등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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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 가는 길, 능선 위 등산로에 핀 찔레꽃. 등산로 한가운데 피어 있는데도 꽃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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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을 오르는 등산로는 선착장 오른쪽 길 끝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등산로를 향해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덩달아 나까지 등산로 앞에서 망설인다. 연화봉 등산로는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은 아니다. 인적이 드물다. 길 위로 잡초가 무성하다. 길이 제법 가파른 데다 흙길이어서 잘못하면 미끄러질 염려도 있다.
▲ 연화봉에서 바라다본 용머리. 용이 대양을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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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절경
연화봉 정상에 오르자마자 '아미타대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불상 앞에 방석 몇 개가 깔려 있다. 누군가 기도를 올리기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 연화도는 불교와 인연이 깊은 섬이다. 산 정상에서 대불을 만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불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이 연화봉에 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연화봉 정상에서 연화도 해안 절경인 '용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이 마치 거대한 백룡 한 마리가 먼바다를 향해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질주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 용머리 위에서 뒤를 돌아다본 풍경. 바위 절벽이 장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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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 가는 길, 용의 비늘과도 같은 바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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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화도를 찾는 이유는 이런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6월에 사람들이 연화도를 찾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반드시 들르게 되어 있는 '보덕암'에 가면 알게 된다. 일단 연화봉에 올랐으면 연화도에서는 사실상 어렵고 힘든 길은 다 지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 보덕암 가는 길, 활짝 핀 수국 너머로 얼핏 용머리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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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그리고 사람들 얼굴에 피는 웃음꽃
연화봉 정상에서는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죄 모여 있다. 그들이 모두 보덕암 들어가는 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법석이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사람들이 이때 왜 이곳에 오게 됐는지 알게 된다. 보덕암 들어가는 길로 '수국'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 보덕암으로 내려가는 길가를 따라서 죽 늘어선 수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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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사 가는 길, 마을 담벽에 그려진 수국 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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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도 출렁다리. 이 다리를 넘어서 조금만 더 가면 곧 용머리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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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 근처 갯마을인 동두마을, 용머리 가는 산길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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