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레즈비언 부부 "임신 8개월" 고백…벨기에서 정자 기증 받았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의 저자이자 지난 2019년 동성 연인과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된 김규진씨가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김규진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는 자기소개를 한 지 4년이 됐다”며 “곧 단어 하나를 추가할 예정이다. 저 임신 8개월이다”라고 적었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김규진씨는 배우자 김세연씨와 2019년 5월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렸다.
한겨레의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했다. 그는 현재 거주하는 프랑스에서 시술받을 계획이었지만 정자를 구할 수 없어 인근 벨기에에서 수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기도 힘들 뿐더러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진씨는 “원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며 “이성애자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좋은 부모 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임신을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던건 김규진씨가 현재 ‘행복’하다는 점이었다. 김규진씨는 “불행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꼈다. 제가 행복하니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가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 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출산 후 평범하게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몸조리를 할 예정이다.
또한 김규진씨는 출산휴가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전했다.
다만 두 사람은 한국에선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무보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이에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세진씨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우려를 가장한 독설을 내뱉는 이들에게 “그들의 두손을 잡고 ‘그럼 당신이 도와주면 되겠다’고 말하고 싶다”며 “그분들이 도와주면 좋은 사회가 빨리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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