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는 어르신의 여름방학이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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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란 기자]
▲ 트럼펫연주하시는 어르신들 |
ⓒ 최미란 |
여름 장마가 작년보다 일찍 오는 듯, 뉴스에서는 장마로 인한 피해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아침부터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실까' 내심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교실에 들어서서 알았다. 이 비를 뚫고 백 명도 넘는 어르신이 오셔서 자리에 앉아계셨다.
시간이 될 때마다 교회 실버대학에서 교사로 봉사한다. 일주일에 하루, 세 시간 정도 실버대학을 운영한다. 평균 기대수명이 83.6세라고 하지만 팔십세 어르신들도 그 연세로 보이지 않는 환한 모습의 어르신이 많다. 물론 내가 사회복지사로 만나는 어르신 중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홀로 계신 분들은 팔십 세 초반에도 불구하고 구십 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 분들도 있긴 하다.
각 반의 선생님들의 수업에 맞춰서 어르신들은 움직인다. 미술, 악기, 체조, 웃음치료 등이다.
체조는 음악에 맞춰서 간단한 율동을 하고 악기는 좀 힘이 있고 젊은 어르신들 위주로 트럼펫이나 장구 등의 악기를 배우고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웃음 치료 수업을 통해 졸다가도 웃게 만드는 유머 강의에 크게 웃으며 간단한 동작을 통해서 나름의 소근육 운동을 한다. 매주 로테이션 형식으로 돌아가며 수업에 참여하신다.
수업이 끝나면 식사하는데 스스로 하실 수 있는 어르신들은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아 드시고 다리가 많이 불편하신 분들은 선생님들이 가져다드린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아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을 통해 어르신이 돌봄을 받지 않아도 요즘은 문화센터나 복지관의 돌봄교실, 기관의 봉사단체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취미 활동의 기회가 많다. 물론 등급을 받은 어르신보다는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르신들께 해당한다.
믿음 생활을 하기 위해 교회를 오시기도 하지만 어르신 중에는 수업 시간에 서로 소통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기도 하고 식사 때문에 오시는 어르신도 많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여름방학, 괜찮을까
식사를 스스로 챙겨 먹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혼자 먹을 때는 입맛이 없지만 여럿이 같이 어울려 먹을 때는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선생님들의 전문가적인 요리 솜씨로 반찬이 맛있어서 어르신들 입맛에도 제격이다. 보행기나 워커 지팡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해서 걷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도 대부분 참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업 참여나 식사하러 오는 것이 단순하지만 어르신께는 소망이 되기도 한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 갈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소함은 하나의 계획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어르신께는 행복이 거창하지 않다.
젊은 사람들처럼 로또가 되는 꿈, 사업 성공, 멋진 해외여행 등 커다란 소망이 아니다. 자신을 위한 소망을 물어보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다가 조용히 하늘나라 가는 것, 아프지 않아 자식들 힘들게 하지 않는 것이다.
한여름에는 실버대학도 그렇고 문화센터나 복지관도 방학을 한다. 그동안 연습했던 어르신들의 트럼펫 연주 발표와 체조를 다 함께 해보고, 축하공연으로 선생님들의 오카리나 연주도 있었다. 교회는 모든 것이 봉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학이 제법 길다. 문화센터나 복지관 돌봄센터도 길지는 않지만 방학이 있다.
그럴 때는 어르신들은 집에서 더위와 싸우며 홀로 지내시는 경우가 많다. 자녀와 같이 거주하시는 어르신은 그나마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괜찮지만 홀로 계신 어르신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상하반기 방학 기간 연락이 되지 않을 때는 어르신의 안부를 모를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렇게 참여를 하고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신 어르신들은 중간중간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드리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어두운 날의 연속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어떨까.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관심을 통해 위험에 노출되거나 질병과 싸우는 어르신,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어르신께도 작은 소망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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