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만들어 죄송"…학대당하고도 자책, 숨진 12살 일기장

김은하 2023. 7.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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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살해' 3차 공판에서 공개

"어머니께서 제 종아리를 치료하시고 스트레스받으시고 그 시간 동생들과 아버지께서도 힘들게 만들어서 죄송하다."

계모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이 쓴 일기장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가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계모 A씨(43)의 3차 공판에서 지난달 30일 공개한 일기장에는 A씨 의붓아들 B(사망 당시 12살)군은 지난해 6월 1일 학대를 당했으면서도 자책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지난달 숨진 초등생 B군. 왼쪽 사진은 사망 이틀 전 그가 의자에 결박돼 있는 모습. [사진출처=SBS 보도화면 캡처]

B군은 “어머니께서 오늘 6시 30분에 깨워주셨는데 제가 정신 안 차리고 7시 30분이 돼서도 (성경을) 10절밖에 안 쓰고 있었다”며 “어머니께서 똑바로 하라고 하시는데 꼬라지를 부렸다”고 썼다.

이어 “매일 성경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잠을 못 주무셔서 힘드신데 매일매일 6시 30분에 깨워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7시 40분까지 모르고 늦게 나왔다”고 반성했다.

같은 해 11월 B군이 학대당한 내용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는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를) 의자에 묶고 나가셨는데 정말 끔찍했다"며 "내일은 하라고 하시는 것만 할 것이다. 다시는 묶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12월에는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 의자에 묶여 있었다"라거나 "나는 빨리 죽을 것이다"는 말도 일기장에 썼다.

이날 법정에서는 A씨가 B군의 눈을 헤어밴드로 가린 채 의자에 결박하고, 장기간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B군의 모습 등이 담긴 홈 캠 캡처 장면도 공개됐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A씨는 최근 출산한 신생아를 가슴에 안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B군을 학대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호소했다.

B군이 작성한 일기장을 두고는 "가족들과 나들이 가는 날도 있고 여러 날이 있었는데 일기장에는 일부 내용만 쓴 거 같다"며 "일기장에 잘못했던 것 돌아보면서 쓰도록 해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12살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 A씨와 친부 B씨가 지난 2월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정신·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감당이 안 돼서 시댁에 내려가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었고 유학도 추진하고 있어서 남편과 의논해야 하는데 크게 대화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B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나 피아노 등 음악 공부를 많이 했다"며 "학습지도 하고 공부도 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거 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부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B군의 사망 전날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됐는데, B군은 A씨로부터 폭행당하고 장시간 의자에 묶여있다가 풀려난 뒤 절뚝거리면서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이후 음료수 3병을 구입한 뒤 가게 안에 앉아있다가 A씨와 그의 지인에게 발견돼 집으로 돌아갔다.

검찰이 공개한 수사 보고에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아들(B군)이 학교에서 자위행위를 했다"라거나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B군의 담임선생님은 "그런 행위를 한 게 없고 증상을 보인 적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학대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연필·가위·컴퍼스에서도 혈흔이 나왔다"며 "피해자가 16시간 동안 의자에 결박된 채 묶여 있던 방에서는 소변이 담긴 휴지통이 발견됐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인 C씨도 가정불화의 원인이 B군 때문이라고 여겨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채로 B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10살 때 38㎏이던 B군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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