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만 2시간…파랗게 물든 잠실벌, ‘흠뻑쇼’로 하나 된 관객 [D:현장]
습도 70%가 웃도는 후덥지근한 공기, 종일 몸을 끈덕지게 감싸던 무더위는 시원한 물줄기에 씻겨 내려갔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곳곳에 뿌려진 ‘흠뻑쇼’의 첫 물줄기는 3만5000명의 관객들을 무더위도 잊은 채 뛰게 했다.
2011년 시작돼 올해로 10년을 넘게 이어오고 있는 ‘흠뻑쇼’는 ‘올나잇스탠드’와 함께 가수 싸이의 대표적인 브랜드 콘서트로 자리 잡았다. 특정 콘셉트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까지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열 살을 갓 넘긴 어린아이부터 60대 어르신들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콘서트장에 모인 인파가 이를 증명한다. 40대에 접어든 싸이의 이 공연의 관객 평균 연령은 여전히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친구를 따라 공연장을 찾은 주부 고 모씨(35세)는 “(싸이의) 노래를 잘 몰라서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던 처음의 걱정과 달리 전주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들었다. 싸이의 음악의 힘이었다.
첫 곡인 ‘댓댓’(That That)부터 ‘예술이야’ 등의 오프닝 무대부터 쏟아진 떼창, 한 몸이 된 듯 뛰는 관객들, 그 위를 가로지른 후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했다. ‘강남스타일’ ‘낙원’ ‘뉴페이스’ ‘아이 러브 잇’(I LUV IT) 등은 물론 ‘간지’ ‘새’ ‘어땠을까’ ‘흔들어주세요’ ‘대디’(DADDY) ‘감동이야’ ‘나팔바지’ ‘챔피언’ 등 싸이의 23년 경력을 빛내준 히트곡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날 공연은 여러 부분에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먼저 코로나 이후 마스크 없이 처음으로 열린 ‘흠뻑쇼’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싸이는 이 콘서트를 열면서 방수 가방 안에 응원 팔찌와 우비 그리고 방수 마스크를 준비해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했다. 싸이는 “마스크 없이 ‘흠뻑쇼’가 열린 건 4년여 만에 처음”이라며 “여러분이 함성을 지를 때마다 가슴이 저릿저릿하다”고 말했다.
화려한 게스트 군단의 등장으로 유명한 ‘흠뻑쇼’의 명성도 유지했다. 특히 올해 더욱 의미가 깊었던 건, 이미 싸이의 소속사 피네이션을 떠난 제시와 새롭게 영입한 화사를 무대에 올렸다는 점이다. 싸이는 아티스트가 아닌 대표로서 기획사를 운영하면서도 늘 ‘아티스트 중심’의 경영 철학을 보여줬고, 이들과의 믿음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해왔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피네이션에 몸담았던 제시는 전속계약 만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싸이와 불화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날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여전한 의리를 자랑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화사의 등장이었다. 싸이는 “중요한 계약 건이 있어서 공연 중에 죄송하다”고 말했고 스태프들은 싸이의 앞에 책상과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예상대로 무대에 등장한 화사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싸이와 뜨거운 포옹으로 계약 성사를 알렸다. 제시와 화사는 싸이와는 또 다른 화끈함을 보여주며 관객을 열광케 했다.
정식 공연이 마지막 곡이었던 ‘연예인’의 무대가 끝난 이후엔 약속이나 한 듯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다. 평소 앙코르의 앙코르, 그 앙코르 앙코르까지 ‘앙코르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싸이의 공연답게 또 하나의 새로운 공연이 시작됐다. 룰라의 ‘3!4!’부터 엄정화의 ‘포이즌’, DJ DOC의 ‘런투유’, 소찬휘의 ‘티어스’, 이정현의 ‘와’까지 90년대를 장식한 댄스곡부터 발라드, 록 메들리로 관객들의 흥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3시간여의 본공연과 맞먹는 2시간여의 앙코르를 마친 싸이는 “오늘 여기 오신 분들에게 1년 중 하루 만이라도 행복한 날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수라는 내 직업의 자부심이자 행복”이라며 “24년 전 작곡한 곡이 팔리지 않아서 ‘내가 부르고 끝내자’라고 생각하며 시작한 가수를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다. 변함없이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이 내 전성기다”라며 뭉클함을 안겼다.
이날 막을 올린 ‘2023 흠뻑쇼’는 일요일인 7월 2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이어 원주, 여수, 수원, 보령, 익산, 인천, 대구, 부산 등 9개 도시에서 14회의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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