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글을 더 쓸 수 있도록 건강과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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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6월이 훌쩍 지나갔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명명한 건 아마도 6.25전쟁 기념일이 때문 일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 숲속에 소재한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4차에 걸쳐 입수한 6.25전쟁 사진과 버지니아 남쪽 항구도시 노퍽의 맥아더기념관에서 입수한 6.25전쟁 사진들, 그리고 때마침 필자가 쓴 6.25전쟁 배경 작품인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 개정판이 6월에 발간됐기 때문이다. 전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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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 기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이 훌쩍 지나갔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명명한 건 아마도 6.25전쟁 기념일이 때문 일 것이다. 덩달아 무척 바쁜 한 달을 보냈다.
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 숲속에 소재한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4차에 걸쳐 입수한 6.25전쟁 사진과 버지니아 남쪽 항구도시 노퍽의 맥아더기념관에서 입수한 6.25전쟁 사진들, 그리고 때마침 필자가 쓴 6.25전쟁 배경 작품인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 개정판이 6월에 발간됐기 때문이다.
필자가 태어난 구미의 한 서점(삼일문고)에서, 현재 사는 원주의 시립도서관에서, 지난날 40여 년 살았던 서울의 인사동 한 갤러리(인덱스)에서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사진전과 <전쟁과 사랑> 창작 뒷이야기 강연이 있었다.
매번 강연회장에 강사로 초청을 받아 갈 때는 독자들이 얼마나 찾아줄지 신경이 쓰였다. 마치 오래 전에 읽은 미국의 소설가 하밀이 쓴 <노란 손수건>의 주인공처럼 그랬다.
▲ 원주시립도서관에서 호국의 달 기념 <전쟁과 문학> 강연 |
ⓒ 김해영 사서 / 원주시립도서관 |
소설의 주인공 빙고는 지난 4년 동안 뉴욕의 한 교도소에서 징역살이를 끝내고 플로리다 주 그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부끄러운 죄를 짓고 오랜 시간 집에 돌아갈 수 없으니 만약 나를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되거나 혼자 사는 그것이 고생된다고 생각되거든 재혼해도 좋소. 편지를 안 해도 좋소."
아내는 3년 반 동안이나 답장하지 않았다. 석방을 앞두고 그는 아내에게 다시 편지를 썼다.
"우리 마을 어귀에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가 있지요. 당신이 만일 나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라면 그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아 놓으시오. 만일 재혼을 했거나 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손수건을 달아놓지 마세요. 그러면 나는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로든 가버릴 거요."
▲ 구미 삼일문고에서 열린 구미 배경 <전쟁과 사랑> 북콘스트 |
ⓒ 오숙민 |
필자에게는 전시실을 가득 메운 독자들이 노란 손수건으로 보였다. 오랜 애독자인 김태동 박사도, 항일유적 답사 길의 길 안내자였던 이항증 선생, 호남의병 길 안내자 조세현 의병선양회 부회장, 이대부고 동료 교사였던 임무정 교장 선생님, 그리고 장원호, 박정호, 홍진화 등 여러 이대부고 제자들. 그리고 경향 각지에서 오신 정영신, 조문호, 이성호 등 사진작가와 평론가 최석태씨를 비롯해 필자의 가족 친지 등 이 크게 환호했다.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한참동안 쏟아지는 눈물을 닦으면서 옛 인사동 시절의 아픈 추억을 반추, 공유했다. 이후 한 백발 노인이 책을 들고 서명을 받으려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백범 암살범 안두희를 정의봉으로 처단한 박기서 선생이었다.
"선생의 글은 글이 아니라 옥을 다듬어 놓은 보석입니다."
원주 시립도서관에서도, 구미 삼일문고에서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애독자의 성원에 나는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서슴없이 언약했다.
아마도 세 곳 행사장이 썰렁했다면 나는 돌아오는 길에 이제 그만 '절필!'을 선언한 뒤, 두문불출 칩거생활로 들어갔을 게다.
늦은 밤 서울에서 고향 구미에서 원주 집으로 귀가하는 내내 나는 어둠 짙은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드렸다.
하늘이시여, 나에게 글을 더 쓸 수 있도록 건강과 지혜를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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