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전문지 "윤 정부 무고죄 처벌 강화, 성폭력 피해자 침묵시켜"

박성우 2023. 7. 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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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폴리시> 월간 칼럼 "피해자의 신고 결정 고민하게 만드는 정책"

[박성우 기자]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30일(현지 시각) 윤석열 정부의 무고죄 처벌 강화를 두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침묵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포린폴리시> 누리집 갈무리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윤석열 정부의 무고죄 처벌 강화를 두고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성폭력 피해자들을 침묵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새로운 정책이 강간 생존자들을 침묵시키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매체는 부제로 "한국의 무고죄 단속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린폴리시>의 해당 칼럼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의 매체에 여성인권 관련 기사를 송고하는 글로벌 뉴스룸인 '풀러 프로젝트'의 기자들이 보도하고 <포린폴리시>가 발행하는 월간 칼럼이다.

무고죄 처벌 강화, 성폭력 피해자에 이미 '냉각 효과' 존재 

칼럼은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수년간의 성폭력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두 번의 자살을 시도한 이 여성은 혐의가 기각될 경우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자신이 겪은 성폭력의 일부만 신고했다고 매체에 밝혔다.

<포린폴리시>는 그녀가 "이것이 현장의 피해자들이 직면한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성범죄 무고에 대해서만 계속 이야기할 뿐"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녀가 언급한 정치인들은 현재 책임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안티페미니즘 사상을 담은 공약을 내세워 집권했으며, 사회-경제적 지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음에도 페미니즘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고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비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가 강간당했다고 거짓말하는 이들을 고소하는 것이었다"면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발언들과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보도했다.

<포린폴리시>는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무고 사건으로 조사받는 사람의 수가 급증했다"라며 "무고 사건의 대부분은 성범죄와 무관하지만 정치인과 언론이 허위 강간 혐의에 초점을 맞추면서 진정한 강간 생존자들을 침묵시키는 적대적 환경을 조장하고 있다고 한국의 여성인권 활동가들은 말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체는 "풀러 프로젝트와 <포린폴리시>와의 대화에서 여성인권 활동가들은 강간 생존자들이 소송 제기를 고려하는 '냉각 효과'를 이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며 윤경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인용했다.

"요즘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신고하면 무고죄로 기소되나요'다. 이제 많은 피해자가 신고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고민하는 것 같다.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삶과 권리는 정치인의 장기말이 아냐"

<포린폴리시>는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되었지만, 부유한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성 불평등을 겪고 있다"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며, 정부 및 민간 부문의 관리자 직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폭력 범죄의 거의 90%가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매우 안전한 국가로 간주된다"면서 한국의 성차별 현황도 소개했다.

<포린폴리시>는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약속과 여가부가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당의 반발에 철회한 사실도 덧붙였다.

이어 "국정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폭행 사건의 약 0.78%를 무고로 검찰이 수사한다. 한국은 이미 무고에 대해 최고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법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독일과 같은 국가에서는 최고 5년"이라면서 한국의 명예훼손죄를 언급하며 "당국에 의해 강간 고소가 기각된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무고로 고소될 수 있다. 당장 많은 피해자들의 눈앞에 위험이 들이닥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풀러 프로젝트와 <포린폴리시>는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면서 칼럼의 첫머리에 등장한 익명의 성범죄 피해 여성의 발언을 전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비록 내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알고 있다. 나의 생명, 나의 진실, 그리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소중하며, 그것들이 누군가의 정치적 게임의 장기말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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