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말만 들어도...개미는 ‘화들짝’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7. 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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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채권 발행이 힘들어지자 주주들에게 현금을 수혈하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증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분 가치 희석과 ‘불통’ 논란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들어 코스피에서는 10건의 유상증자 공시(정정공시 제외)가 나왔다. 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은 총 2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정도 많다. 지난 5월 대비로는 10배 넘게 늘었다.

CJ CGV는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1조2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하겠다고 6월 20일 공시했다. 기습적인 대규모 유증 공시 뒤 이 회사 주가는 30% 이상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23일 기존 상장 주식 수의 약 9%를 새로 찍어 1조1777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공시 당일 6% 떨어졌다. 이외 KC코트렐, 에스디바이오센서, 삼부토건, 이지스밸류리츠 등도 증자 공시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기업은 유증을 하면서 시세보다 싼 값에 신주를 발행한다. 기업으로서는 증자를 하면 이자를 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신주가 대거 발행되는 대규모 증자는 지분 가치 희석 우려로 주가가 때로는 급락한다. 기업가치 산정에 활용되는 주당순이익(EPS)이 주식 수 증가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주가 앞으로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도 상당 기간 횡보할 때가 많다.

증자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나 타법인 출자에 필요한 돈을 조달할 때는 오히려 호재로 인식돼 주가가 오른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일련의 증자는 대부분 기존 빚을 갚기 위한 용도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래 성장보다는 빚을 갚기 위한 ‘기습적인 증자’가 늘어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증자 공시만 봐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다. 최근 SK스퀘어 주가가 장 마감 후 발표된 SK쉴더스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출렁였던 게 단적인 예다. 이번 유상증자가 차입금 전환을 위한 절차일 뿐 악재성 공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장 초반 급락하던 주가는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자를 하더라도 상당 기간 지분을 팔 가능성이 낮은 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면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최근 사례는 대부분 일반 공모를 통한 증자”라며 “앞으로 일반 공모를 통한 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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