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남자 만났다며 애인 마구 폭행한 불법체류자…"결혼하기로 약속" 선처 호소

카드 빼앗아 돈 인출해 강도 혐의까지
재판부 “수법 폭력적이나 합의 참작”

교제 중인 여성의 배를 걷어차는 등 수차례 폭행한 중국인 불법 체류자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폭행 및 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9일 제주시 연동의 한 다세대주택 복도에서 집 밖으로 뛰쳐나오는 여성을 쫓아가 배를 걷어차고 얼굴을 수차례 폭행했다.

또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서 파손시키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복도 바닥에 쓰러진 채 공포에 질려서 웅크리고 있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행을 계속했다.

[이미지 출처=제주서부경찰서 제공]

A씨는 여성을 폭행한 뒤 여성의 지갑을 훔쳐 달아났고, 체크카드로 현금 약 600만원을 인출해 강도 혐의도 적용됐다.

피해 여성과 사귀는 사이라고 밝힌 A씨는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법정에선 폭행 등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강도 혐의는 극구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 계좌에 있던 금액이 사실상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와 이미 합의했고, 같이 중국으로 돌아가서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이 범행에 사용한 카드는 다른 사람의 소유이지만 당시 피해자가 사용하고 있었고, 설령 과거에 피해자에게 돈을 줘서 피해자가 그 돈을 계좌에 입금한 적이 있다고 해도, 그 돈이 지금 피고인의 소유라고 볼 수는 없다”며 강도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은 도망치는 피해자를 쫓아가서 폭행하는 등 범행 수법이 상당히 폭력적이나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양형에 반영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체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5월 말 기준으로 42만2105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3월 41만4045명, 4월 41만7852명 등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이다.

현재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은 조선족으로 칭하는 한국계 중국인(61만명)을 포함해 중국인이 88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베트남 25만6000명, 태국 20만3000명, 미국 17만5000명 등의 순이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