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한화 최원호 감독이 이룬 51일 만의 대반전

이준목 2023. 7. 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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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파죽의 8연승... 가을야구 경쟁 뛰어드나

[이준목 기자]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화 선수들이 7연승을 달성하고 환호하고 있다. 2023.6.30
ⓒ 연합뉴스
 
'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의 대반란이 2023시즌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화가 무려 18년 만에 7연승을 내달리며 탈꼴찌를 넘어 이제는 가을야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화는 지난 6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경기에서 문동주의 6이닝 무실점 역투와 홈런 3방을 터뜨린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6-1로 승리했다.

한화는 지난달 21일 KIA전부터 7연승을 달렸다. 종전 2005년 6월 4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그해 6월 11일까지 LG 트윈스전에서 7연승을 달성한 뒤 무려 6천593일 만이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투수이자 한화의 레전드인 메이저리거 류현진(2006년 데뷔)도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경험해보지못한 기록이다. 참고로 한화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은 전신인 빙그레 시절인 1992년 5월 12~26일간 달성한 14연승이다.

또한 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즌 30승(4무 37패, .448) 고지에 올라서며 종전 9위에서 8위로 순위가 한 계단 더 올라갔다. 나란히 3연패에 빠진 KIA와 삼성이 각각 9위와 10위로 한화보다 뒤쳐졌다. 최하위 삼성과의 격차는 어느덧 5게임까지 벌렸다.

한화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범위를 더 넓히면 암흑기기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부터 최근 15시즌간 가을야구 진출은 단 1회(2018년 3위)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꼴찌만 무려 9번(롯데 자이언츠와 최다 공동 1위)이나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끝이 없는 부진에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은 '보살'이라고 불리는 등, 온갖 비판과 조롱, 패러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올시즌 역시 불과 한달여전만 해도 한화는 꿈도 희망도 없어보였다. 지난 5월 11일 한화는 11승1무19패(승률 .367)로 리그 최하위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한화는 이날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최원호 당시 퓨처스(2군)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여론은 한화 구단에 비판적이었다. 수베로 감독이 2020년 한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내내 최하위에 그치며 리빌딩과 성적 모두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정작 외국인 감독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구단 프런트는 뒤로 숨어버렸다는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또한 수베로 감독은 경질 직전 2연승 포함 6경기에서 5승1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한화 팬들은 오히려 수베로를 동정했고 모기업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며 구단의 무능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자연히 최원호 감독을 향한 기대도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 체제의 한화는 수베로 말기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비난을 찬사로 바꾸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최 감독 부임 이후 한화의 성적은 19승 3무 18패로 5할이 넘는다. 5-6월 성적은 47경기에서 24승3무20패, 이는 현재 리그 '3강'인 LG 트윈스,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에 이어 4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감독교체 이후 51일만에 10위였던 순위는 어느덧 8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5강권인 5위 키움(35승 2무 38패, .479)과의 격차는 이제 2게임밖에 되지않는다. 지금의 한화는 더 이상 만만한 동네북이 아니라 충분히 가을야구를 노릴만한 팀이 됐다.

초기에 의구심을 자아내던 최원호 감독의 경기운영에 대해서도 갈수록 호평이 늘어나고 있다. 리빌딩을 이유로 실험적이고 변칙적인 운영이 많았던 수베로 감독 시절에 비하면, 최원호 감독은 2군 감독과 1군 감독대행을 두루 거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빠르게 파악했고 적재적소의 기용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진영과 김인환의 신 테이블세터 조합은 올시즌 최원호 감독의 최고 히트작으로 꼽힌다.

또한 전임자 수베로와 최원호 감독의 가장 큰 차이는 '외국인 선수복'에 있다. 수베로 감독은 사실상 임기 내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들의 덕을 전혀 보지못하며 골치를 앓았다. 올시즌도 개막 초반에 크게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선발 자원인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 부상으로 1경기 만에 전력에서 이탈했고, 타선에서는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다가 퇴출된게 치명타였다. 유일하게 고군분투한 펠릭스 페냐도 초반에는 부진을 면치못했다.

반면 5월 이후의 한화에게 외국인 선수는 더 이상 짐덩이가 아닌 복덩이로 거듭났다. 공교롭게도 최 감독의 부임 시기와 맞물려 페냐는 5월 이후 10경기에 선발등판하여 무려 9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호투했고, 이중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도 3경기다. 이기간 평균 자책점은 2.15에 불과했다. 시즌 성적은 6승 4패, 자책점 3.05로 어느덧 평균 2점대 진입도 눈앞이다.

또한 버치 스미스의 대체선수로 가세한 리카르도 산체스는 8경기에 선발로 나선 산체스는 단 한번의 패배도 없이 4승,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중이다. 현재 한화의 외인 원투펀치는 어느 팀 외인 선발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토종선발 문동주(5승 5패. 3.52)까지 더하면 이제 한화는 리그 상위권의 1-3선발을 갖추게 됐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였다. 지난 삼성전에서 윌리엄스는 1회초 최채흥을 상대로 투런포를 작렬하며 KBO리그 데뷔 3경기만에 첫 홈런을 뽑아냈다. 전임자인 오그레디가 86타석에 나서서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하고 짐을 쌌던 것과 대조를 이루며 리그 적응에 청신호를 밝혔다.

또한 윌리엄스의 홈런은 이날 팀의 7연승을 결정짓는 결승타가 되었기에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한화로서는 윌리엄스가 4번타자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기존의 노시환-채은성-문현빈-정은원 등과 함께 타선의 짜임새를 더욱 극대화할수 있을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화의 세 외국인 선수와 최원호 감독의 공통점은 모두 '대체자'라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 당시 세 선수 모두 우선순위는 아니었지만 차선책으로 영입한 가성비 영입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수 있다는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또한 최원호 감독은 지도자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과 타이밍도 따라줘야한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며, 어느덧 수베로의 대타에서 2023시즌 KBO리그 최고의 복장(福將)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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