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감독·관객 답한 인기비결과 숙제 [쌍천만 ‘범죄도시3’]
383일. 새로운 1000만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영광의 주인공은 지난 5월31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전작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에 이어 후속 시리즈가 약 1년 만에 또 한 번 역사를 쓴 셈이다. ‘범죄도시3’는 개봉 32일차에 1000만 고지를 밟으며 국내 개봉작 중 30번째 1000만 영화로 이름 올렸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21번째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약 5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쌍천만’ 영화다. 코로나19 시기를 겪고 영화계가 움츠러든 가운데 거둔 값진 성과다.
마동석 이끈 ‘범죄도시’ 영광의 시대
기록의 중심엔 배우 마동석이 있다. 시리즈를 기획, 제작한 그는 극 중 괴력 형사 마석도를 연기하며 전개를 이끌고 액션의 중추 역할을 한다. “나쁜 놈들은 잡아야 한다”는 지론 하에 마석도는 온몸으로 현장을 누빈다. 인상이 험악하든, 덩치가 크든 간에 마석도의 주먹 한 방이면 상황은 금세 종료된다. ‘범죄도시3’에서는 복싱 액션과 음향 효과를 강화해 타격감을 더욱 살렸다. 이 역시도 마동석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그는 제작 전부터 촬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액션 장면의 합을 짜고 편집점과 카메라 구도 등을 기획·감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동석의 주먹맛은 ‘범죄도시’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를 본 실관람객들이 “‘범죄도시’는 마동석이 빌런(악당) 때려잡는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라는 감상평을 남길 정도다. 강렬한 주먹으로 빌런을 메다꽂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함을 자아낸다. 때문에 문화콘텐츠 소비를 주도하는 여성뿐 아니라, 액션 영화 선호도가 높은 중장년층 남성 또한 너른 지지를 보낸다. 1일 CGV가 추산한 ‘범죄도시3’ 관람객 성비는 여성이 과반수 이상인 53%, 남성이 47%였다. 단일 연령대로는 30대가 31%로 가장 높았으나, 중장년층(40대 이상 합산) 역시 35%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는 29%, 10대는 5%였다.
관객·배우·관계자 답하다… ‘범죄도시’ 1000만 비결
쿠키뉴스가 상영 기간 동안 만나본 관객들은 액션에 큰 점수를 줬다. 남자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은 이희주(20대·대학생)씨는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 ‘범죄도시’를 선택했다. 이씨는 “강력범죄에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과 달리 영화에서는 마석도 형사가 나쁜 사람들을 제압하고 속 시원하게 혼내줘서 좋았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 거주 중인 60대 김주영씨는 마동석의 액션에 빠져 ‘범죄도시3’를 비롯한 전 시리즈를 여러 차례 관람했다. 김씨는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한 메시지와 통쾌한 액션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고 호평했다.
영화 출연진과 감독은 마동석의 존재감과 코미디 요소, 다양한 캐릭터를 인기 요인으로 내세웠다. 극 중 김양호를 연기한 배우 전석호는 최근 쿠키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누구나 마동석이 될 수는 없지만 그처럼 호탕하게 사는 걸 꿈꾼다. 그런 심리가 액션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보편적인 코미디 정서를 건드는 것 역시 ‘범죄도시’의 강점이다. 싸움 중에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마석도 모습은 든든함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그를 연기한 마동석은 “캐릭터가 할 법한 말을 만들어야 관객이 납득하고 웃을 수 있다”는 지론을 밝히며 “극적인 상황을 통해 액션과 재미를 모두 구현하려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범죄도시’의 목표는 캐릭터와 사건을 잘 쌓아 올려 쾌감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는 여러 감초 캐릭터가 나온다. 1·2편에 장이수(박지환)가 있었다면 3편은 초롱이(고규필)와 김양호(전석호)의 활약상이 도드라진다. “신규 캐릭터에 힘을 준 결과”(이상용 감독)다. 한 영화 관계자는 “강하디 강한 마석도 캐릭터와 그에 맞서는 빌런 외에도 적당히 코믹한 캐릭터가 섞여 균형감을 이룬다”고 평했다. ‘범죄도시3’ 홍보를 맡은 이채현·이나리 호호호비치 공동대표는 “마석도를 향한 지지와 악인을 처단하는 액션, 코미디 요소와 개성 있는 캐릭터뿐 아니라 시리즈마다 독보적인 빌런이 등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쌍천만’ 달성했지만… ‘범죄도시’와 한국영화에 남은 숙제
시리즈의 생명력을 늘려야 하는 건 ‘범죄도시’가 직면한 과제다. 앞으로 다섯 편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적절한 변주는 필수불가결하다. 이번 편에서는 마석도의 활동영역을 기존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옮기고 장이수 대신 다른 감초 캐릭터를 투입했으며, 빌런을 둘로 나누는 등 여러 실험을 거쳤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에 호불호가 갈린 만큼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내년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는 빌런을 다시 일원화하고 연출을 교체하는 등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전체 시리즈의 중간지점인 만큼, 후속 편은 향후 시리즈의 흥행 가늠쇠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영화에는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겼다. 이번 흥행이 시리즈의 지속가능성을 높였을 뿐, 한국영화의 부흥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은 요즘 관객의 영화 편식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속편이나 시리즈 등 재미가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으로만 관객이 쏠리고 있다”며 우려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OTT 플랫폼이 대안으로 떠오른 데다, 티켓 가격 상승으로 심리 저항선이 높아진 여파다. 다만 관계자는 “마중물 역할까지는 아니어도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모은 건 ‘범죄도시’가 거둔 분명한 수확”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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