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4명 "김의철, 혼자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뭐가 다른가…이사회 해체·집행부 퇴진해야"
"김의철과 경영진, 아직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듯…반성하는 모습조차 없어"
"현 상황 정치적인 방송 장악으로만 몰아가며 자신들을 희생자로 만들기에 '올인'…무책임의 극치"
"이들에게 KBS 맡길 수 없다는 게 대부분 직원의 일치된 판단…경연진과 이사진 총사퇴 거듭 제안"
KBS 이사회 소속 이석래, 김종민, 이은수, 권순범 이사는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KBS 경영진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과 관련해 "수신료 분리징수 정국에 실효성있는 전략과 대책을 전혀 수립하지 못하는 김의철 사장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질타한다"며 "혼자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이사회 해체·집행부 퇴진만이 KBS가 살 길이다.> 제하의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현 경영진과 이사진이 총사퇴해 수신료 분리징수 정국을 돌파하자고 재차 강력히 주문한다"며 "아울러 KBS 직원들에게도 이제부터는 소중한 일터와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은 무능력하고 몰염치한 경영진이 아니라 직원 스스로의 몫으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KBS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을 주문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KBS 이사 4명의 성명서 전문.
<이사회 해체·집행부 퇴진만이 KBS가 살 길이다.>
6월 28일 이사회에서 KBS 경영진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 진행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우리 4인 이사들은 보고 전까지 혹시나 김의철 경영진이 당면한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에 대해 의미 있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접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받은 이사들의 심정은 참담합니다. 그리고 KBS 직원들에게 우리가 들은 바와 느낀 바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4천여 사우의 생존에 대해 그 어떤 대책도 없는 무책임한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의 보고 내용은 "1. 방송법 시행령 개정 진행 및 대응 경과", "2. 개정안 입법의견 주요 내용", "3. 주요 쟁점", "4. 주요 대응 상황"으로 구성돼있는데, 3번까지는 모두 언론에서 봤던 내용이자 김의철 경영진이 반복해서 말했던 내용과 동일합니다. 이사들은 "4. 주요 대응 상황"에 혹시나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기다렸지만 역시나 법률대응, 개정 과정에서의 의견서 제출, 사내와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한 내용으로 새로운 내용이라고는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마지막으로 "시행령 공포 시 대응 시나리오"라는 부제가 있었지만 내용이 없었고, 보고 과정에서도 이에 관한 내용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늘 김의철 사장의 답변은 승률이 0%에 가까운 가처분 신청에만 매달리는 무책임의 극치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KBS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은 대부분 직원의 일치된 판단입니다.
분리징수가 현실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김의철 사장은 아무런 대응 계획이 없어 보입니다. 수신료 수입이 정상적으로 발생했던 1분기에조차 425억 원, 하루 4억 7천만 원의 적자를 낸 김의철 경영진이 수신료 수입이 바닥을 칠 경우 어떻게 제작비를 충당하고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우리 이사들이 기대한 답은 오히려 어제 코비스에 게시된 김정택 사우의 분석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한 판단이 불공정 방송 등 KBS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해 수신료 납부 방식에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것과 정부가 비판적인 공영방송을 길들이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갈리긴 하지만, 김의철 사장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거의 모든 KBS 직원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의철 사장은 어제 보고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우리 4인 이사는 이사회부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총사퇴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제안이 7인 이사의 반대에 막히면서 이사회부터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가능성 제로인 방법을 선택한 이들 경영진 때문에 KBS가 죽습니다!
4인 이사는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김의철 사장과 경영진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며, 또한 반성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현 상황을 정치적인 방송장악으로 몰아가면서 자신들을 희생자로 만들기에 올인하고, 그 과정에서 공영방송 KBS나 그 구성원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법조계에서 가능성이 거의 제로라는 의견이 다수임에도 큰 돈을 들여 로펌을 선임하고 자신들이 마치 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것처럼 직원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진의 모습은 무언가 강력한 기시감이 들게 합니다. 2014년 세월호의 선장은 '가만 있으라'고 방송해 희생자들이 탈출할 기회를 빼앗고 정작 본인은 먼저 탈출한 바 있습니다. KBS와 그 구성원의 미래가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정치적인 희생자로 규정해 이후 무언가를 도모하는 김의철 사장의 모습이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른지 우리 이사들은 알지 못합니다.
KBS 직원 여러분! 아직도 여러분의 미래를 누군가 담보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가만 있으라'는 말하는 경영진이 KBS호의 침몰을 어떻게 막고 그 구성원들을 구조할 수 있을지 혹시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직원들만 아는 내용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KBS호의 침몰과 그 구성원의 희생을 막을 방법은 현재까지 없어 보입니다.
KBS를 살리기 위해 경영진과 이사들의 총사퇴를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우리 4인 이사들은 파국을 앞둔 최후의 경고를 드리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이사회와 경영진의 총사퇴를 제안합니다. 이와 함께 현 상황을 대하는 KBS의 구성원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우리의 결론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중한 일터와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 스스로가 KBS와 여러분들의 미래를 만들어 가십시오. 우리 4인 이사는 여러분들의 이러한 노력을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2023. 6. 30
KBS 이사 권순범, 김종민, 이석래, 이은수 (가나다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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