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한풀이', 컬링 강원도청 남자 국가대표로

박장식 2023. 7. 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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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컬링선수권] 강원도청, 서울시청 꺾고 국가대표... "예상 이상으로 경기 나와"

[박장식 기자]

 팀으로는 7년 만에 국가대표 자리를 탈환한 강원도청 남자 컬링팀. 왼쪽부터 오승훈 선수, 박종덕 선수, 이예준 코치, 성지훈 선수, 정영석 선수.
ⓒ 박장식
 
7년, 4년, 3년, 그리고 첫 번째. 강원도청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다시 가져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다시 국가대표 자리를 가져가기까지의 시간은 서로 달랐지만, 국가대표에 대한 절실함만은 모두가 컸다.

남자 컬링팀 강원도청이 2023-2024 시즌 국가대표의 자리에 올랐다. 강원도청 팀이 국가대표 자리를 가져간 것은 지난 2016-2017 시즌 이후 처음이다. 그 때의 팀원은 박종덕 혼자만이 남았지만, 정영석, 오승훈, 그리고 성지훈까지 네 명의 선수들이 합심해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썼다.

'언터처블'이었다. 강원도청은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예선 라운드로빈과 상위 4개팀이 출전하는 슈퍼라운드에서 모두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강원도청은 지난 시즌 국가대표 서울시청(스킵 정병진)과 치른 마지막 결승전에서도 패배를 허용하지 않으며 왕좌에 올랐다.

절실했던 '큰 형님', 동생들과 함께 만든 챔피언

예선 라운드로빈, 슈퍼라운드에서 서울시청을 모두 꺾으며 2승을 먼저 안았던 강원도청. 29일에는 두 팀이 태극마크를 두고 마지막으로 맞붙는 5전 3선승제의 결승전이 펼쳐졌다. 서울시청은 3승을 거둬야 하는 조건이었고, 강원도청은 1승만을 거두면 태극마크를 바로 차지할 수 있었다.

결승전은 처음부터 강원도청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강원도청은 1엔드부터 두 점을 올린 데 이어 2엔드에는 한 점을 스틸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서울시청도 3엔드 석 점의 빅 엔드를 만들며 균형을 맞췄지만, 강원도청은 4엔드 한 점의 추가점을 만들며 서울시청을 따돌렸다.

서울시청은 블랭크 엔드로 5엔드를 마치며 6엔드에도 후공권을 잡았다. 하지만 6엔드 서울시청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서울시청은 첫 번째 스킵 샷에서 강원도청의 가드를 맞는 미스를 범했다. 서울시청은 두 번째 스킵 샷에서도 스톤을 1번으로 만드는 데 실패, 강원도청에 석 점의 스틸을 내줬다.

서울시청은 7대 3으로 밀리는 가운데 강원도청의 후공이 이어졌다. 강원도청의 전략은 블랭크 엔드를 만들며 후공권을 계속 안고 있는 것. 강원도청은 8엔드를 블랭크 엔드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강원도청은 9엔드에도 블랭크 엔드를 만들며 10엔드, 마지막 엔드까지 후공권을 쥐며 서울시청의 대량 득점을 차단했다.

그러자 서울시청 선수들도 10엔드 시작 직전 강원도청 선수들에게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강원도청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국가대표를 탈환하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은 악수를 받은 후 서로를 안으며 태극마크 수성을 서로 자축했다. 

스킵 박종덕 선수는 2016-2017 시즌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서드 정영석은 '비실업팀의 기적'을 만들었던 2020-2021 시즌 이후 4년 만에 '컬링 명가'의 일원이 되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컨드 오승훈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리드 성지훈 선수는 5년 전 믹스더블 선수 시절 달았던 태극마크를 4인조에서는 처음 달았다.

"유니폼 받으면 정말 실감날 듯... 세계선수권 기대된다"
 
 컬링 국가대표팀이 된 강원도청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영석 선수, 성지훈 선수, 박종덕 선수, 이예준 코치, 오승훈 선수.
ⓒ 박장식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한 선수들. 특히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지만, 선수 등록 문제로 인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이기복 선수 역시 시상식이 끝난 후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예준 코치에게도 이번 국가대표 탈환은 뜻깊다. 팀의 막내 시절 국가대표에 오른 이후, 이번에는 우승을 통해 '국가대표 코치'가 되었기 때문. 이예준 코치는 "아직 얼떨떨하다. 선수 때 국가대표 한 뒤 10년 만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코치가 된 것이니 너무 좋고,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예준 코치는 남자 실업팀 코치 중 '최연소'다. 맏형 박종덕 선수보다도 나이가 적다. 코치 부임 초기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본인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예준 코치는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적어서인지 서로 이해하며 말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며 웃었다.

처음 국가대표가 된 오승훈 선수는 "의성군청이 생기기 전에 실업팀이 세 곳 있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그러며 오승훈 선수는 "그 선수들이 나 빼고 모두 국가대표 경험이 있었으니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래서 국가대표를 더 하고 싶었다. 사실 그래서 더욱 우승이 확정되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승훈 선수는 "아직 국가대표가 된 것이 실감나지는 않는다"면서, "시간이 천천히 지나면 실감이 날 것 같다. 우리끼리 밥 먹고,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하면 생각날 것 같다. 사실 유니폼을 받으면 완전히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성지훈 선수도 믹스더블 선수 시절에는 국가대표를 역임한 적이 있었지만, 4인조 컬링에서는 국가대표가 된 것이 처음이다. 성지훈 선수는 "4인조로 처음 국가대표가 되어서 기쁘다"면서, "준비 잘했는데, 예상한 것 이상으로 경기가 나와서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지훈 선수는 "사실 4인조 컬링을 위해 최대한 맞춰가는 것이 어려웠다"면서,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 점을 이해하고, 서로를 돕다 보니 동계체육대회 우승에 이어 국가대표 선발까지 된 것 같다"고 우승 원동력을 밝혔다. 성지훈 선수는 이어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를 목표로 더욱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영석 선수도 "국가대표 선발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우리 목표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며, "잘 대비해서 우리가 예정 중인 투어, 그리고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특히 2021년 세계선수권에 나서기도 했던 정영석 선수는 "3년 전 대표가 되었을 때도 배우는 점이 많았다. 특히 세계선수권 때에는 다른 나라 팀과 경기하면서 '너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회가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며 정영석 선수는 "3년간 준비를 했고, 지식도 많이 쌓았으니 세계선수권이나 해외 투어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역' 이기복 선수도 합류... 더욱 강해질 '남자 국대' 기대해

국가대표가 된 강원도청. 특히 강원도청은 선수 등록 시기와 전역이 겹쳐 아쉽게도 대회를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던 이기복 선수가 합류한다. 이기복 선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그랜드슬램 등에도 출전했을 정도로 해외 경험이 많은 선수. 이기복 선수의 합류로 강원도청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소감을 묻자 "나야 한 것이 없다"며 웃었던 이기복 선수. 이어 이기복 선수는 "고생한 팀원들에게 맘고생 많았을 텐데 잘 해주어서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팀원 중에서 유일하게 그랜드슬램도 나갔던 이기복 선수는 "투어만 잘 한다면 다른 투어 대회와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잘 하면 충분히 다른 팀과 비슷하게 좋은 결과 내지 않을까 싶다"며, "종덕이 형이 잘 해주겠죠"라며 웃었다.

트로피를 거머쥔 강원도청 선수들은 11월 열릴 범대륙 컬링선수권대회, 내년 4월 열릴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에 도전한다. 국가대표를 다시 거머쥔 시점은 모두 다르지만, 어느 팀보다도 간절했던 강원도청 선수들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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