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6시간 전부터 줄섰다"…'아듀' 전주 명물 오선모옛날김밥

김지혜 2023. 7.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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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전북 전주의 명물 '오선모옛날김밥'. 오선모 사장이 김밥을 말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

‘당근 왕창 그리고 달걀과 단무지 각각 한 줄.’

지난달 3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전북 전주의 명물 ‘오선모옛날김밥’의 속재료는 이게 전부였다. 과연 맛있을까 싶지만, 마늘향 진한 당근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달걀·단무지가 어우러진 감칠맛으로 계속 집어먹게 되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오선모옛날김밥’을 찾는 발걸음이 전주로 향했고 1시간 ‘웨이팅’은 기본인 맛집 중의 맛집이 됐다.

상호의 주인공인 오선모 사장은 50여년 간 김밥을 말았다. 친정어머니를 돕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가 이후엔 딸과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다 영업 종료를 알리게 된 건 오 사장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다.

오 사장의 딸은 “엄마의 허리 협착증과 여러 관절 통증이 너무 심해져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 점 대단히 죄송하다”며 “그동안 수많은 고객님들 전국에서 멀리까지 찾아와주시고,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했다”는 게시물을 가게에 내걸며 영업 종료 소식을 알렸다.

오선모옛날김밥의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 사진 독자

"종료 소식에 오픈 6시간 전부터 줄 서"


약 한 달 전 ‘전국구 맛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면서 안그래도 줄 서서 먹던 김밥집은 더더욱 북적였다. “새벽 3시부터 줄을 섰다”, “손님들이 10줄 이상씩 사간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막판엔 온라인 장터 당근마켓에서 한 줄 정가 3500원인 김밥에 웃돈을 얹어 1만원에 거래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오 사장과 친분이 깊다는 떡볶이 브랜드 금미옥의 김용준 대표도 지난달 28일 오선모옛날김밥의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4년간 커피숍을 운영했을 때 오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매주 수십줄씩 김밥을 사서 서울의 지인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오선모옛날김밥’의 ‘찐’ 단골이었다.

김 대표는 1일 중앙일보에 “코로나19 때에도 다른 가게들은 다 한적한데 이곳은 아침 8~9시부터 줄 섰던 곳”이라며 “(지난달 28일) 제가 방문한 다음 날 이곳을 간 지인에게 전해 들으니 전날 오후 11시부터 줄을 섰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제는 더 이상 맛 볼 수 없게 된 오선모옛날김밥. 사진 독자


그에 따르면 50년간 한우물을 판 ‘김밥 명인’의 마지막은 숙연하기까지 했다. 비 오는 가운데 몰려든 손님들 탓에 어우선할 법도 한데, “모두 조용히 김밥 싸는 사장님만 바라봤다”고 했다. 김 대표는 “누군가 가끔 사진을 찍을 뿐 엄숙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선모 김밥은옆구리 터지도록 잔뜩 들어간 당근의 마늘맛이 특징이다. ‘종일 입에서 마늘맛이 날 듯하다’고 할 정도다. 요식업계 ‘일타미식가’라 불리는 김 대표는 조심스레 레시피를 추측했다. “아마도 채를 썬 당근을 들기름이나 참기름, 마늘 등을 넣어 볶은 것 같다. 당근의 달짝지근한 맛과 마늘의 고소하고 알싸한 향이 더해져 어디에도 없는 당근 김밥이 만들어진듯 하다”

이렇게 독보적인 맛과 개성을 가진 오선모 김밥만의 노하우를 탐내는 사람은 당연히 한둘이 어니었다. 특히 영업을 종료한다고 하자 “가게를 넘겨라” “제발 레시피를 팔아달라”는 요청이 수없이 이어졌지만 오선모 사장은 모두 거절했다.


오 사장 "생활의달인 출연 제일 기억 남아"


오선모김밥이 처음부터 이런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오 사장은 과거 정성스레 싼 김밥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사우나나 남부시장 등을 돌며 팔았다. 이후 전주시 완산구 상산고등학교 주변에서 김밥을 팔다가 2015년 SBS 프로그램 ‘생활의달인’에 소개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실제 오 사장도 지난달 29일 전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생활의달인 찍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오선모옛날김밥이 문을 닫기 3일 전인 지난달 28일 김밥을 구매하기 위해 북적이는 가게 모습. 사진 독자


현재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물음에는 “시원섭섭하고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며 “앞으로는 등산 다니고 허리 협착증 치료받으면서 집안 살림하면서 지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영업 종료를 앞둔 그에겐 “프랜차이즈를 내는 건 어떠냐”, “왜 따님이 이어받지 않느냐”, “레시피를 알려달라” 등 손님들의 질문도 쏟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 오 사장의 딸은 “저는 더 하고 싶었지만 같이 할 식구가 없다. 나 혼자서는 안 된다”라며 “엄마하고 저하고 둘이 맞는 손발이 있는데, 어느 누구랑도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주MBC는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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