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으로 걷는 게으름뱅이 곤충, 친환경 먹거리 입니다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이상헌 기자]
한국 전쟁 후 고도의 압축 성장을 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강남에 초가집이 남아있었다. 짚으로 지붕을 엮다보니 오래가지 못하고 매년 초가집을 개보수했다. 헌 지붕을 털어내고 새 볏짚을 역어 덮개를 올리는 이엉잇기, 'ㅅ'자 모양의 뚜껑을 만드는 용마름 얹기를 통해 초가지붕이 새 단장을 했다.
묵은 지붕을 들어내면 몸을 C자형으로 말고 있는 허연 애벌레가 나온다. 예로부터 굼벵이라고 칭했던 녀석으로서 꽃무지와 풍뎅이, 매미,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의 유충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굼벵이는 볏짚이나 썩은 나무, 톱밥, 부엽토 등의 식물질을 먹고 자란다. 오랫동안 약재로 사용해왔으며 일상적으로는 굽거나 튀겨 먹었다. 오늘날에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가루로 빻아 식재료에 넣거나 건강 보조 식품으로 판매한다.
▲ 장수풍뎅이 애벌레. 톱밥을 먹여 대량 생산하고 있는 식용 곤충으로서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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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처럼 생긴 입으로 수액을 핥아먹고 사는 장수풍뎅이는 어른벌레로 4달 정도 살 수 있기에 애완 곤충으로서 인기가 높다. 다른 수컷과의 교미를 막기 위해 날밤을 새며 짝짓기를 한다. 암놈은 30~100여 개의 알을 낳으며 애벌레는 썩은 낙엽, 부서진 나무조각 등을 먹고 커간다.
장수풍뎅이 유충은 곤충 세상의 뛰어난 도배장이다. 다 자라면 동그란 번데기방을 만들고 자신의 똥을 내벽에 칠해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잘 바른다. 성충으로 날개돋이 할 때까지 이 번데기집 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방을 칠하기 위한 똥을 창자 속에 저장하고 있기에 몸통의 절반 정도가 거무스름해 보인다.
꽃에 파묻혀 사는 미래의 식량자원
굼벵이의 대표로서 전통 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녀석이 바로 흰점박이꽃무지다. 볏짚이나 참나무 톱밥 등으로 키울 수 있으며 동의보감에 따르면 간 기능을 강화시켜 부스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나 "두엄더미 속에 살며 뒤집어져서 등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고 적혀 있다.
▲ 흰점박이꽃무지. 굼벵이의 대표 곤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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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지는 '꽃에 파묻혀 산다'는 뜻이며 성충은 오뉴월 부터 가을까지 꽃이 핀 곳이면 어디서나 관찰할 수 있다. 꽃무지와 풍뎅이는 몹시 비슷하게 생겼지만 식성이 조금 다르다. 전자는 참나무 수액을 먹고 후자는 꽃가루를 먹는다. 풍뎅이 애벌레는 다리가 길어서 잘 움직인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 만주점박이꽃무지. 에머랄드 느낌의 딱지날개가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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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점박이꽃무지는 에머럴드 빛 진녹색의 광택이 멋진 녀석이다. 매끈한 금속성 느낌의 겉날개에 흰점이 없다면 풍뎅이와 똑 닮았다. 풀색꽃무지는 대체로 초록색 딱지날개를 가졌지만 색상 변이가 흔해서 갈색형이나 붉은색, 검은색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는 풍뎅이 애벌레
광택이 있는 초록색 딱지날개가 보석처럼 느껴지는 풍뎅이 종류는, 애벌레 시절에 활엽수를 비롯한 각종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고 살기에 농부와 원예사의 미움을 받는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놈으로는 검정풍뎅이류가 있다.
▲ 등얼룩풍뎅이. 애벌레 시절에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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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얼룩풍뎅이는 밭이랑이나 공원의 잔디 밑, 하천의 풀밭 아래, 화분 속에 살며 식물의 뿌리를 가해한다. 몸길이 10mm 내외로 색상 변이가 심하다. 표준형은 황토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얼룩덜룩 하지만, 전신이 흑색인 개체나 점이 없는 녀석도 발생한다.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종으로 출현 시기도 3 ~ 11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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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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