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안 해도 되는 건강검진 항목은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김수진 2023. 7.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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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건강검진 천국이죠." 대학병원 의사 A씨의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정승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이 아닌, 일반 민간검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람에겐 지금 이 검사가 필요 없는데'란 생각이 드는 경우가 꽤 있다"며 "불필요한 검사는 오히려 방사선 노출이나 의료비용 지출 등으로 개인에게 득보다 실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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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수진 기자]

"우리나라는 건강검진 천국이죠." 대학병원 의사 A씨의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비용을 내면 사설 의료기관을 찾아 얼마든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아프지 않거나, 질병의 위험이 없는데도 '직장에서 검사를 추가로 지원해줘서 아무거나 하나 골랐다, 안 하면 손해보는 느낌이라 했다'거나 '그냥 재미삼아 해 봤다'는 사람도 많다.

의사들은 무분별한 건강검진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승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이 아닌, 일반 민간검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람에겐 지금 이 검사가 필요 없는데'란 생각이 드는 경우가 꽤 있다"며 "불필요한 검사는 오히려 방사선 노출이나 의료비용 지출 등으로 개인에게 득보다 실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건강검진 사례 건강검진 자체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게 목표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해도 득이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영상검사 전문가인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말하는 '굳이 안 해도 되는 건강검진'의 대표 상황을 모아봤다. 해당 상황의 사람들은 '크게 불편한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스스로 원해서 찍는 민간건강검진'이라는 전제를 필수로 한다. 국가건강검진이나, 의심 증상이 있어 하는 검사는 예외다.

▲폐암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이 찍는 흉부 CT=흡연자라면 대개 폐암을 걱정한다. 매년 흉부 CT를 찍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흉부 CT는 폐암을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 CT 검사를 하면 기본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다. 필요없는 CT 검사를 하면 방사선 노출로 오히려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백경민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흡연을 한다 해도 고위험군이 아니면 매년 흉부 CT를 찍을 필요가 없다"며 "국가건강검진 기준으로 만 54-74세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으면 2년 주기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갑년(Pack year)이란 하루에 피우는 담뱃갑 수에 흡연기간을 곱한 수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담배 한 갑을 1년 피웠다면 1갑년이다.

▲20대 여성의 유방 X선 검사=유방 X선 검사는 유방암 발견에 필요한 검사다. 그러나 20대 여성이 일률적으로 무조건 유방 X선 검사를 매년 할 필요는 없다. X선 검사를 받아도 방사선에 노출되는데, 방사선 자체가 유방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승은 교수는 "우리나라 젊은 여성은 치밀유방이 많은데, 치밀유방은 X선 검사로는 암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어 초음파 검사로 이어지고, 이때 아무 문제 없는 작은 물혹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암이 아닐 가능성이 큰데, 계속해서 물혹에 대해 불필요한 추적 검사를 하고 비용·시간을 들여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가건강검진에서는 40대 부터 X선 검사를 하라고 권고한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예외다. 20~30대부터 검사하는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

▲증상이 없는 사람이 하는 갑상선 초음파=목에 만져지는 혹이 있다거나, 갑상선 호르몬 관련 증상이 있거나,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아닌 건강한 성인은 굳이 갑상선 초음파를 할 필요가 없다. 갑상선암은 과잉진단으로 잘 알려진 암이기도 하다. 갑상선 초음파를 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매우 작은(약 0.3cm 이하) 갑상선 종양은 암이 아닌데 암처럼 보일 수 있고(위양성률 높음), 시간을 두고 관찰해도 성장하지 않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굳이 수술하지 않거나 지켜봐도 되는 암일 가능성도 있어, 득실을 비교했을 때 크게 이득이 없다는 의미다. 국립암센터 역시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은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올해 초에 발표한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을 참고하면 좋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득보다 실이 많은 등의 이유로 권고하지 않는 건강검진 항목이 정리돼 있다.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권고문> ▲암 검진 1.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2. 폐암 위험도가 낮은 사람에서 암 건강검진 목적의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3. 췌장암 건강검진 목적의 종양표지자, 초음파,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4. 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5.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일반 검진 1.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2.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D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3.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4. 증상이 없는 노인에서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5.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에서 건강검진 목적의 관상동맥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김수진기자 sjpe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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