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불안한 한 중년 남자의 기이한 여정

데스크 2023. 7. 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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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면 공포영화가 극장가에서는 인기다.

또한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무서운 장면이 냉기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여름시즌이면 유독 극장가에는 많은 공포영화들을 개봉한다.

아버지 없이 아들을 키워온 엄마의 집착, 부모에게 버림받는다는 두려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성이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무력감 등 우리 곁에 흔히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소재를 공포영화라는 장르에서 잘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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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무더운 여름이면 공포영화가 극장가에서는 인기다. 짜증과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에 공포영화를 관람하면 평소에 있던 스트레스나 불안감, 우울감, 긴장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무서운 장면이 냉기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여름시즌이면 유독 극장가에는 많은 공포영화들을 개봉한다. 최근 공포영화의 대가인 아리 에스터 감독이 내한했다. 그는 ‘유전’(2018)과 ‘미드소마’(2019)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공포영화를 만들어냈고, 두 편의 작품으로 탄탄한 팬덤을 쌓으며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번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그의 세 번째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가 공개됐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보(호아킨 피닉스 분)는 몇달 만에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유없이 새벽까지 괴롭히는 이웃 탓에 늦잠을 자게 되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트렁크와 집 열쇠를 잃어버린다. 결국,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치게 되자, 이 사실을 어머니 모나(패티 루폰 분)에게 전하지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모나는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고 아들은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이후 복잡한 심정과 함께 끔직한 환상에 시달리던 그는 집에 갈 수 없다는 말을 전하고자 다시 한번, 모나에게 전화를 걸게 되는데,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가 누군가로부터 살해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영화는 한 중년 남자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여 지면서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다. 불안과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는 보가 경험하는 세계는 터무니없고 섬뜩하다. 꿈과 환상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가 뒤엉켜진 초현실적이고 아방가르적 구성은 예술영화에 가깝지만, 그 예술성을 불안과 편집증에 시달리는 ‘보’의 시선으로 공포스럽게 연출했다. 감독은 무려 10년 동안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구상했을 만큼 개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데에 정성을 들였다.


현실적인 소재, 이야기가 더욱 공포감은 안겨준다. 영화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스토리를 좀처럼 따라가기 힘들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구분하기도 모호하다. 그러나 보가 느끼는 공포의 원천을 따라가면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 아버지 없이 아들을 키워온 엄마의 집착, 부모에게 버림받는다는 두려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성이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무력감 등 우리 곁에 흔히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소재를 공포영화라는 장르에서 잘 표현해냈다.


호아킨 피닉스의 천재적 연기도 빛을 발한다. 2020년 영화 ‘조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는 이 작품의 대본은 받아보는 순간 가장 독특한 캐릭터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제작 전부터 대본을 탐독하며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번 작품에서 또 한번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특히 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년 남자의 두려움, 불안감, 죄책감, 우울증 등을 세심하게 풀어내며 불안과 편집증에 고통받는 중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두 눈동자, 금방이라고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조커’와 같은 배우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풍요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이 더욱 높아져 있다. 직장에 대한 그리고 가정에 대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유발한다.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불안감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공포영화 장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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