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군단 '첫 비FA 다년계약' 주인공의 고백 "아내가 더 좋아해, 당장 사인하라고…단장께 인사까지"

유준상 기자 2023. 7.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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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고척, 유준상 기자)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은 이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구단 역사상 첫 번째 비FA 다년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키움 구단은 지난달 28일 "내야수 이원석과 구단 최초로 다년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기간은 2+1년으로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년을 보장하고, 옵션 충족 시 2026년까지 1년 자동 연장된다. 계약규모는 첫 해 연봉 4억원, 이후부터 3억원씩 최대 10억원을 받는 조건이다"고 밝혔다.

이원석은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서 올해 4월 트레이드를 통해 영웅군단의 일원이 됐다. 당시 키움은 투수 김태훈을 내줬고, 삼성으로부터 내야수 이원석과 함께 2024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그리고 이원석은 두 달 만에 다년계약까지 맺었다. 그는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0차전을 앞두고 "전날 저녁에 연락을 받고 이튿날 아침에 팀장님과 연락하고 광주 원정 숙소에서 계약서를 쓰게 됐다"며 "최대한 1년이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감사하다. 홀가분한 마음도 있고 부담도 된다"고 계약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내가 나보다 더 좋아했고, 가자마자 바로 사인하라고 했다. 금액이나 이런 걸 떠나서 금액적인 부분도 내게는 너무 구단이 큰 금액을 안겨주셨다. 일단 기간이 가장 좋았고, 아내도 구단과 단장님한테 감사하다고 얘기했다"며 "편안한 마음이 있긴 한데, 또 반대로 더 큰 부담이 있고 그만큼 그런 계약을 해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또 내가 벤치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경기장에서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석은 옵션을 충족하게 될 경우 만 나이로 따지면 40세까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만큼 키움은 '베테랑'으로서 이원석이 가치를 입증할 것이라고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

이원석은 "항상 몇 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삼성에 있을 때부터 고참 친구들과 형들이 다 은퇴 시기를 한 번씩 얘기하니까 그래도 몸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한 최대한 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구단에서 그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비FA 다년계약 발표 당시 고형욱 단장의 말도 주목을 받았다. 고 단장은 "평소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이원석의 리더십과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이원석은 "단장님이 상당히 좋게 봐주시는 것 같고, 후배들이 먼저 다가와줘서 고맙다"며 "친근하게 친구, 형처럼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이 더 먼저 다가와주고 말도 편하게 하고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고 대답도 내가 아는 선에서 잘 답해주고 했던 게 괜찮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이원석이 이적 직후 팀의 기대에 부응한 건 아니었다. 5월 한 달간 25경기에서 95타수 15안타 타율 0.158 1홈런 4타점으로 부진에 시달렸다.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건 선수 본인이다. 이원석은 "오자마자 좋지 않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솔직히 여기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이제는 정말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안 뒤쳐지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고 그랬는데 갑자기 소식을 듣게 돼서 정말 기쁜 마음에 잠도 잘 안 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랬던 이원석이 6월 들어 반등했고, 한 달 동안 23경기 76타수 23안타 타율 0.303 8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키움도 14승2무9패(0.609)로 선전하면서 월간 승률 3위로 6월을 마쳤고, 중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이원석은 "어린 친구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고, 투수도 잘하고 타격도 잘 안 맞았던 친구들도 잘 맞고 하다 보니까 투-타가 잘 맞아서 (팀이) 잘 되는 것 같다"며 "안 좋았을 때도 우리는 항상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믿고 있었고, 그 시간이 언제 오느냐가 문제였는데 생각보다 좀 빨리 와서 분위기가 좋게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원석은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완전하게 좋은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잘 맞았을 때 그 느낌을 빨리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일단 계약 기간이 몇 년 더 됐기 때문에 그때까지 내가 몸도 더 잘 만들어야 하고, 일단 첫 번째로 안 아파야 한다. 그래야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고, 정말 경기적인 부분에서도 체력적이나 기술적이나 그런 걸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TV 중계로 가을야구를 지켜본 이원석은 "키움의 가을야구를 보면서 '쟤들은 왜 그렇게 잘할까'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와서 직접 겪어보니까 잘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정말 밖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열정적인 친구들이 너무 많고, 욕심도 많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며 "그런 걸 지켜보니까 '이 팀은 잘 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그 분위기에 함께 동참해서 어린 친구들과 끝까지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고척, 유준상 기자/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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