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로 뚫고 썩은 환부 긁어낸다...청진기 대신 망치 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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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 도입 5년…전국서 1154명 배출
수목 치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나무의사’ 제도가 시행 5년을 맞았다. 앞으론 ‘1종’ 자격을 갖춘 나무병원에서만 치료할 수 있다.
1일 산림청에 따르면 아픈 나무를 진단·처방하고, 치료하는 행위는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를 보유한 1종 나무병원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산림보호법에서 규정한 1종 나무병원은 나무의사 2명 이상 또는 나무의사 1명, 수목치료기술자 1명 이상 전문가가 소속돼야 한다.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2종 나무병원은 이달부터 치료할 수 없다. 2종 나무병원은 나무의사가 없어도 개원이 가능했다. 주로 수목 치료업을 했던 경력자나 조경업자 등이 그동안 2종 나무병원을 운영해왔다. 나무의사는 2019년 첫 시험 이후 8회까지 1154명이 배출됐다.
산림청 강주형 산림병해충방제과 주무관은 “2018년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나무의사 제도가 그해 6월 28일 도입됐지만, 첫 자격시험은 이듬해 4월에나 치러졌다”며 “나무의사 수급이 안정화된 만큼 1종 나무병원서 처방전을 받아 수목치료기술자가 예방·치료 활동을 해 온 2종 나무병원은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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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조경수 무분별한 농약 살포 계기
나무의사가 늘면서 수목 치료를 전담하는 나무병원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8년 900개였던 나무병원은 올해 5월 기준 1400여개 정도로 1.5배 늘었다. 앞으로 나무병원이 아닌 업체가 수목 진료를 할 경우 산림보호법 제5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무의사는 수목 방재를 이유로 공동주택 조경수에 이뤄진 무분별한 약제 살포 등 문제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강 주무관은 “2018년 전에는 식물보호산업기사나 수목보호기술자 등 민간에서 발급한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나무병원이 운영되다 보니, 전문화한 인력 양성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며 “(전문가가 없으니) 실내 소독 전문업체가 아파트 조경수에 부적정한 농약을 살포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간단치 않은 나무의사 자격과정
나무의사가 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우선 산림청이 지정한 교육기관(전국 10곳)에서 150시간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해충학 등 11개 과목을 배우고 실습도 한다.
1차 시험은 수목병리학·해충학·생리학·토양학·관리학 등 5과목을 치른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얻어야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2차 시험은 실기와 논문이다. 실기는 병이 든 나무를 진료하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논문시험은 질병 상태에 대한 올바른 처방전 작성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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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측정·수목 단층 촬영에 첨단장비 동원
병든 나무를 진료하는 데는 첨단 장비가 동원된다. 수목 활력도 측정기, 나무단층 촬영기, 토양측정기, 음파 탐지 장비, 현미경 등을 진단에 활용한다. 때론 전동 드릴로 나무 몸통을 40~50㎝ 정도 뚫어서 저항 강도를 통해 안쪽이 썩었는지도 확인한다.
권정미 느티나무병원협동조합 이사장은 “나무를 망치로 두드려 심재부에 문제가 생겼는지 초진을 하는 데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 상태를 살펴보는 것과 같은 방법”이라며 “나무 식재 방법과 배수 등 비생물적인 피해와 병원균에 의한 침투로 발생하는 생물적 피해를 알아보기 위해 맨눈 관측과 기계 관측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나무를 진단한 뒤 작성하는 처방전엔 나무 상태와 함께 생태·환경 조사 내용까지 기재한다. 나무가 식재된 환경과 지형, 토양 상태, 외관, 수관 상태 등을 쓴다. 권 이사장은 “병든 나무가 심하게 썩었을 경우 외과 수술도 한다. 환부를 긁어내고, 약품처리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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