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까지 가격 내리자…‘역시 공정위’ 얘기 나오는 이유 [현장에서]

백일현 2023. 7. 1.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가 7월1일로 예정된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에 이어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할 방침이다. 30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서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이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유통사까지 가격 인하에 나서니 더 힘듭니다. 유통사가 갑이고 제조사는 을이니 따를 수밖에 없잖습니까.”(A식품사 관계자)
“경쟁사가 가격을 낮추니 우리도 발맞추기는 하는데, 유통 생태계까지 교란되는 느낌입니다.”(B유통사 관계자)
최근 식품 업체에 이어 편의점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데 대해 관련 업계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를 냈다. 어떤 이는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쇼”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편의점 4사의 ‘이례적인’ 가격 인하 릴레이는 지난달 29일 시작됐다. GS25가 1일로 예정돼 있던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제품 15종에 대한 판매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식품 제조사가 공급가를 올리겠다고 했는데, 유통사가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보기 드문’ 사례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부터 편의점에 공급되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권고에 인상을 보류한 상태였다.

그러다 3개월 만에 “더는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을 시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GS25가 판매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하면서 롯데웰푸드로선 민망한 상황이 됐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와 해태 등 경쟁사들은 진작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는데 롯데웰푸드는 정부 방침에 맞춰 가격 인상을 늦췄다가 오히려 난처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CU·세븐일레븐·이마트24도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에선 한 업체가 하면 다른 업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편의점 가격 인하 릴레이는 지난달 30일에도 이어졌다. CU·세븐일레븐이 과자·우유 등 자체 브랜드(PB) 상품 가격을 내리기로 하면서다. CU와 세븐일레븐 모두 중소 협력사의 공급가 조정 없이 자체 마진을 줄여 가격을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CU가 물가 안정화에 동참하기 위해 유통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PB 상품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가격 조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 협력사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납품처의 공급가에 대한 조정 없이 CU의 자체적인 마진을 축소해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사진 CU


일각에선 이 같은 편의점의 ‘결단’이 최근 이어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이후 CU·GS25에 이어 이마트24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유통분야 거래 관행 서면 실태조사를 토대로 편의점의 판촉 비용 부당 전가 등을 점검하겠다면서 ‘칼’을 빼든 것이다.

업계에선 세븐일레븐도 조사를 받을 거라고 예상한다. 아직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편의점으로선 공정위 눈치를 보며 정부의 물가안정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7~29일 농심·삼양식품·오뚜기·롯데웰푸드·SPC 등이 이달부터 일부 라면·과자·빵 값을 4.5~5.1% 내리기로 한 데도 정부의 공정위 담합 조사 거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1일 국내 물가 동향과 관련해 “원료(가격)는 많이 내렸는데 객관적으로 제품값이 높은 것에 대해선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재민 기자


식품·유통 업계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진행하는 가격 인하는 소비자에게 기쁜 소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 속사정과 실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앞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 지를 생각하면 뒷맛이 쓰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