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에 물 넣어, 전자레인지 돌리니…폭탄처럼 나온 물질
플라스틱 통에 음식을 담아 장기 보관하거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물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 플라스틱이 대량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용기나 플라스틱 파우치(주머니)에 담긴 음식을 먹는 영유아의 경우 다량의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네브레스타-링컨 대학 연구팀은 플라스틱 용기와 주머니에서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배출되는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미만인 것을 말한다.
플라스틱 용기와 파우치로 실험
연구팀은 6~12개월 장기간 냉장 보관하는 것을 가정해서 용기에 순수한 탈이온수를 담아 20℃에서 10일간 보관했다가 분석했다((가속 테스트, 미국 식품의약국(FDA) 방법).
분석 결과, 용기 1에서는 음식과 접촉한 플라스틱 면적 1㎠당 4만9800개, 용기2는 57만7000개, 파우치에서는 41만5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플라스틱의 경우 용기 1에서 1150만 개, 용기 2에선 2150만 개, 파우치에서는 5900만 개가 배출됐다.
또, 상온에서 장기 보관하는 것에 대한 가속 테스트로써 40℃에서 10일간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용기 1에서 9만5000개, 용기 2에서는 84만1000개, 파우치에서는 105만개가 녹아 나왔다.
나노플라스틱은 용기 1에서 4790만개, 용기 2에서는 3490만개, 파우치에서는 7860만개가 나왔다.
최대 방출은 전자레인지 가열 때
이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용기 1에서 47만1000개, 용기 2에서 78만3000개, 파우치에서 87만3000개가 나왔다.
또, 나노플라스틱은 용기 1에서 3860만 개, 용기 2에서 1억 8300만 개, 파우치에서 1억600만 개가 방출됐다.
전자레인지 노출 실험은 물로 채운 용기를 마이크로파 오븐에 넣고 최대 전력(1000W)에서 3분 동안 가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용기 1에서 42만5000개, 용기 2에서 422만 개가 배출됐다.
나노플라스틱은 용기 1에서 1억 6900만 개, 용기 2에서 12억 1000만개가 나왔다.
파우치는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실험에 사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든 실험 조건 중에서 전자레인지 가열에서 플라스틱 입자가 가장 많이 방출됐다"면서 "가수분해와 열분해, 자외선 노출 분해 등 여러 형태의 분해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성 식품 노출 때 많이 방출
용기 1의 경우 나노플라스틱은 산성 식품과 접촉할 때 더 많이 방출됐고, 미세플라스틱은 전자레인지로 산성 식품을 가열했을 때만 더 많이 방출됐다.
용기 2는 냉장 보관 및 실온 조건에서 산성 식품으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방출됐지만, 고온 조건과 전자레인지 가열 동안에는 더 적게 방출됐다.
식품 파우치의 경우도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 산성 식품에서 더 많이 방출됐는데, 고온 조건의 경우에만 미세플라스틱이 더 적게 방출됐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의 가수분해에서 산이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성 식품과 접촉하면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방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중 1㎏당 20ng 이상 섭취
특히, 용기 2에 보관된 유제품을 전자레인지에서 데워 먹는 유아의 경우 체중 1㎏당 하루 22.1 ng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면 다른 경우보다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방출되는데, 영유아는 이러한 노출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식품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입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경우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지질 대사 장애, 뇌 손상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세 플라스틱이 다양한 인간 세포주(株)에서 세포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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