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단 8곳 '미쉐린 2스타' 떠난다…'주옥' 뉴욕행 결심 이유 [쿠킹]
한국의 미식을 대표하는 ‘별’이 떠난다. 서울에 단 8곳밖에 없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주옥(JOOOK)’ 얘기다. 2016년 5월 청담동 골목에서 시작해, 2019년 시청 앞 더플라자호텔로 옮긴 주옥은 한국을 대표하는 파인다이닝으로 꼽힌다. 요즘도 두 달은 대기해야 점심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인데, 올해 말까지만 영업하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이다. 주옥의 신창호 셰프는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뉴욕 진출을 생각해왔다”며 “세계의 내로라하는 파인다이닝이 모여있는 도시인 만큼 경쟁이 치열한 데다, 내게도 지금까지 쌓은 타이틀을 모두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해서 서울의 주옥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셰프와의 일문일답.
Q : 주옥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시기에 뉴욕 행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함께해온 직원들의 미래다. 주옥을 열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함께 하는 직원들이다. 솔직히 나만 생각한다면, 이미 자리 잡은 한국이 제일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뉴욕에서 주옥이 성공한다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겐 수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주옥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온 김주용 실장을 포함해, 윤석환·박세민·박근우 셰프 등 주옥은 이들과 함께 만들어왔다. 서류상의 고용 관계를 넘어, 가족 같은 존재다. 이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Q : 요즘은 세계 여러 도시에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꼭 서울의 영업을 종료하는 이유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현재 함께 일하는 직원의 절반 정도가 함께 뉴욕에 간다. 나 자신에게 ‘주옥이 한국에 남아있다 한들, 지금 같은 모습으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물었더니, 답이 나오더라. 게다가 맨땅에서 새로 시작해야 만큼, 성공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스무살, 셰프로서의 첫걸음을 뗀 신 셰프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변곡점으로 미국 마이애미의 일식당 ‘노부(Nobu)’에서 보낸 시간을 꼽는다. 그는 2013년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추천으로 서른 중반의 나이에 미국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였던데다 영어도 익숙하지 않았던 그에게 노부에서 보낸 첫 일주일은 지옥 같았다고. 하지만 15년 경력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타고난 끈기로, 한 달 만에 완벽히 주방에 적응했다. 그제야, 미국 다이닝의 현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갇혀있던 시야가 트이면서 사고가 확장됐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주옥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곧 양식을 해온 그가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다.
Q : 처음부터 한식을 했던 건 아니다. 왜 한식을 하게 됐나.
노부에 가기 전까지 ‘한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노부의 동료들이 내게 제일 궁금해하는 게 한식이었다. 생각해보니, 노부의 일본인 동료들과 경쟁했을 때 내가 칼질 같은 요리 기술이 뛰어나도, 그들보다 일식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이때부터 내 요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내가 해야 할 요리가 한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Q : 해외에서 한식의 위상이 달라졌는데, 실제로 뉴욕은 어떤가.
뉴욕 진출 때문에 지난해부터 다섯번 정도 다녀왔다. 갈 때마다 한식 시장이 커진 게 느껴진다. 한식을 내건 레스토랑들이 아주 잘 된다. 한국인이 고국의 맛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찾아오고 한식을 먹으며 좋아한다.
Q : 뉴욕 진출은 언제부터 준비했나.
2021년 우연히 지인에게 뉴욕에서 한식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외식 브랜드 기획사 ‘핸드호스피탈리티’의 이기현 대표를 소개받았다. 이 대표와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이 너무 잘 통했다. 조금은 느슨해져 가던 때였는데, 이야기할수록 도전에 대한 자극을 받으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기투합해서 뉴욕에 주옥을 선보이기로 했다.
Q : 뉴욕의 주옥은 언제 문을 열 계획인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2024년 4월, 맨해튼 한인타운 안에 오픈할 예정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랜드마크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인다. 직접 가서 봤는데 ‘이곳이다’는 느낌이 왔다. 한식을 선보이는 다이닝인 만큼 한인타운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식재료를 구하기도 수월하다. 솔직히 한인타운 한가운데 연다고 하니 지인들은 ‘다이닝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다들 안된다고 하니 오히려 설렜다. 위험을 무릅쓴 도전이야말로 해볼 만하니까.
Q : 한인 마트만으로는 다이닝에 쓰이는 식재료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직접 농장을 할 계획이다. 필요한 작물을 직접 키우고, 장도 담글 계획이다. 그래야 주옥만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 물론 그전까지는 한국에서 주요 식재료들은 공수받을 예정이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여기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셰프는 주방에서 요리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창작자로서의 요리는 기본이고, 경영부터 관리까지 팔방미인이어야 한다. 신 셰프는 “요즘 셰프는 요리뿐 아니라 경기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경영 대책도 세워야 하고 대외활동으로 레스토랑 홍보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Q : 창작·경영·관리 중 어떤 역할을 제일 좋아하나.
제일 좋고, 자신 있는 건 역시 셰프로서의 ‘창작’이다. 영감도 우연히 나온다. 아들이랑 놀이터에서 놀 때, 가락시장에서 못 봤던 나물을 봤을 때도 생긴다. 그럴 땐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둔다. 그리고 메뉴로 구상하는데 생각했던 모습의 요리가 나오면 정말 뿌듯하다.
Q : 반대로, 가장 힘든 일은.
경영이다. 실제로 많은 셰프들이 요리에 자신 있다는 생각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안정성을 위해 다른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시기는 내게도 힘든 시간이었는데 나만 바라보는 직원들을 생각하며 다른 수익원을 찾아 다방면으로 일하기도 했다. 관리도 중요한데, 다이닝에서 일관성은 특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의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근 하나만 해도 ‘2*2mm 크기로 자르라’고 정확하게 지시하지 않으면 구상했던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요리도 여전히 어렵다(웃음).
Q : 셰프로서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목표는.
주옥이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뉴욕에 문을 여는 것이다. 일단 뉴욕에 안착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그 후에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가는 만큼 모두가 힘을 모아, 반드시 뉴욕에 주옥의 꽃을 피우겠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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