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무슬림 관광객도 홀린다…리무진 뒷편 '별 커튼'의 비밀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의 한 주택가에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검은색 대형 리무진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가자 나침반과 음료수가 담긴 냉장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뒷좌석을 돌아보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 박힌 문양에 커튼으로 장식된 공간이 보였다. 어른 두 명이 설 수 있는 크기였다.
리무진 제조업체 케이씨모터스 관계자는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해야 하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을 위해 차 안에 기도실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8인승으로 설계된 차량은 4인승으로 바뀌어 시트가 넉넉했다. 뒷좌석 메인 모니터로는 하루 다섯 차례 기도 일정이 나왔다. 기도 시간에는 차 안에 이슬람 문양과 함께 전통 음악이 흘러나왔다. 앞 좌석에 마련된 나침반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방향으로 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련된 장치였다.
차 내에는 기도 전 손씻기용 수도꼭지도
기도실로 들어가니 수도꼭지가 눈에 띄었다. 운전기사는 “기도 전에는 손발을 씻는 전통(우두)이 있어 개수대를 설치했다”며 “편하게 발을 씻을 수 있도록 좌석 이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도실 옆 커튼을 젖히니 옷걸이가 나왔다. 길이가 긴 이슬람 전통 복장을 손쉽게 걸어 놓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케이씨모터스가 고소득 소비층을 겨냥해 만든 ‘노블클라쎄’ 브랜드는 2020년 현대차 쏠라티를 기반으로 무슬림을 위한 차량을 제작했다. 한국할랄인증원(KHA)으로부터 리무진 차량으로는 최초로 할랄 인증도 받았다. 6000만원대 차량을 무슬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 개조하는데 1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하루 사용료가 50만원가량 하는 리무진에 최근 사용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슬람 문화권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올해 초부터 고위 공직자나 상대국 기업 임원의 한국 방문을 위해 차량을 쓸 수 있는지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은 연간 100만 명대를 유지해왔다. 코로나19 이후엔 1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으나 최근 뚜렷한 회복세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인 할랄 산업을 겨냥하는 기업들은 내년이면 국내를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할랄 산업 규모는 2019년부터 연평균 6.2%씩 성장해 내년에는 3조2000억 달러(약 42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무슬림은 2020년 기준 19억 명에 달하며, 비무슬림에 비해 인구 증가 속도가 두 배 빨라 2060년에는 30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코로나 이전 연 100만 명 방한…최근 회복세
할랄 경제권에 속한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 중 한국과 교역이 활발한 대표적인 나라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티드(UAE) 등 3개국이다. 이들 국가에서 최근 소비재 중심으로 교류가 잦아지고 있다.
조영찬 사단법인 할랄협회장은 “할랄은 일상 어디에나 적용되는 무슬림의 라이프 스타일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할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따진다”며 “할랄 기준 적용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므로 무슬림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심하고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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