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말고도 여러명 있다...尹 개각 키워드 '여성'에 담긴 뜻
지난달 29일 공개된 개각 명단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여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 차관 여럿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엔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엔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이, 외교부 2차관엔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가 각각 기용돼 3일 정식 임명된다. 대통령실 통일비서관도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맡았다. 남성과 비교하면 여전히 소수지만 정부 출범 초기에 비하면 상당한 약진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야당에서 인사 때마다 매번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라 비판하지 않았느냐”며 “이번 인사만큼은 젠더 언급이 드물다”고 말했다. 특히 39세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장미란 교수 깜짝 발탁은 파급력이 상당했다. 야권 지지층은 악플 세례를 쏟아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관련 언급이 거의 없는 상태다. 여당 초선 의원은 “민주당도 장 차관 인사에 대해선 비판하긴 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성 차관을 발탁하며 여성·청년 인재 관련 당부도 했다고 한다. 특히 조성경 과학기술부 1차관에겐 “여성과 청년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하라”는 별도의 지시도 내렸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성별을 가리지 말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라며 “여성 차관 역시 그런 점이 반영돼 발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 성별 할당은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여성과 청년 인재 발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상당하다. 윤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 표심에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27~29일, 성인 1007명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여성 응답자는 32%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60%에 달했다. 여성 유권자 중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0%로 36%인 민주당보다 낮았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여성과 중도층 표심을 가져오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3대 개혁도 가능하다”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에 쏠린 여성 표심은 총선 전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라며 “여성 차관 발탁도 총선과 무관한 행보라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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