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훌쩍 넘었다, 잘 나가는 미 경제…유탄 튄 한국은 초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도 현실화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에 유탄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GDP 잠정치보다 0.7%포인트 올라
미국의 ‘GDP 서프라이즈’ 예상보다 더 강했던 소비에서 나왔다. 소비는 미국 GDP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잠정치 발표 당시 3.8% 증가했던 1분기 소비자 지출은 확정치에서 4.2%로 대폭 상향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확산 이후 처음 방역 정책이 완화됐던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다. 자동차 같은 내구재 지출이 연율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16.3% 상승했고, 헬스케어·외식·여행 등 서비스분야 소비자 지출도 3.2% 증가했다. 수출도 여행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7.8% 상승했다.
고용호조에 부동산·소비 강세 2분기에도 이어져
역시 미국 소매 판매도 지난달 전월 대비 0.3%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뛰어넘었다. 4월(0.4%)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에도 여전히 미국 경기가 확장세임을 보여줬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한 이유는 탄탄한 고용 시장 덕분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식당·숙박 등 대면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달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33만9000개 증가하며, 월스트리트저널(WJS)이 예상한 19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올해 1월 이후 가장 많다. 최근 늘어나던 실업 수당 청구 건수도 지난주에는 직전 대비 2만6000건 감소한 23만9000건을 기록해 고용 시장이 여전히 호황세임을 보여줬다.
고물가에 기준금리 효과도 상쇄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뜨거운 미국 경제를 식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고물가 상황이 지속하면서 금리 상승효과를 상쇄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명목 기준금리는 높지만,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여전히 낮아 소비 등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기엔 아직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리를 올려도 향후 물건 가격이 그 이상으로 더 올라갈 거라고 예상되면, 사람들은 돈을 저축하기보다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장기 물가 상승률 전망은 최근 오히려 더 올라갔다”면서 “사람들이 고물가 상황이 곧 끝나지 않고, 길어질 거라고 받아들이면서 소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2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 커져
30일 오후 4시 기준 페드워치가 예상한 다음 달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기준금리 인상 확률(0.25%포인트)도 86.8%에 달했다. 이는 미국 1분기 GDP 확정치 발표 전 확률(81.8%)보다 5%포인트 오른 수치다. 다음달 이후 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역시 상승했다.
한국 경제 유탄 튀나, 환율 1320원 대 육박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317.7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1원 내렸다.(원달러 환율은 상승) 최근 원화 가치는 1270원대까지 올라갔었지만, 미국 경제 지표 호황에 다시 132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강달러 국면이 다시 온다면, 외국인 자본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가 커질 수 있다. 미국이 실제 추가 긴축에 나서면,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경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실물 경기 부담도 커진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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