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미니비숑 만든 불법번식장, 그 참혹한 현장 [개st하우스]
미니비숑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
그 비밀의 열쇄가 불법번식장
“익명의 품종견 번식업자가 제보를 줬어요. 전북 장수군과 진안군 경계 어딘가에 미니비숑 번식장이 있는데 같은 업자가 봐도 너무 잔인하게 운영한다는 거예요. 100마리 넘는 비숑과 소형견들을 강제교배하는데 장애견이나 늙은 모견은 굶기거나 태워서 폐기처분한다고도 했어요. 인근 마을 50여곳을 돌아다닌 끝에 번식장을 찾아냈습니다.”
-전북 동물구조단체 ‘비마이독’ 김정현 대표
대다수의 사람이 아파트,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5㎏ 내외 소형견이 중형견보다 인기가 많습니다. 몰티즈, 포메라니안, 시추 같은 소형견이 전체 반려견의 60% 이상을 차지하죠. 특이한 건 중형견 비숑의 인기입니다. 지난 5년간 아예 통계에도 잡히지 않던 비숑 비중이 올해 갑자기 4.5%까지 급증했거든요.
비밀은 ‘미니비숑’과 ‘푸숑’(푸들과 비숑의 교배종)이었습니다. 원래 비숑은 10㎏까지 자라는 중형견. 중형견을 절반 크기로 줄인 개량종이 유행하자 최근 비숑을 2~3㎏급으로 줄인 미니비숑이 반려견 시장에 등장하더니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강아지가 장난감도 아니고, 작은 게 좋다고 비숑이 저절로 작아질 리가 없습니다. 비숑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초소형견 미니비숑으로 탈바꿈하게 된 걸까요?
그동안 미니비숑의 탄생 과정은 반려인들 사이에서도 미스터리였습니다. 비밀은 지난달 전북 진안군 산골에서 불법번식장이 적발되면서 풀렸습니다. 수년간 방치된 배설물과 개 사체 악취로 가득한 끔찍한 불법번식장. 그곳에서 철창에 구겨지듯 담긴 품종견들과 함께 발견된 건 배란유도제와 의료장비였습니다. 강제교배의 명백한 증거였죠. 이 끔찍한 번식장이 미니비숑의 탄생 현장이었던 겁니다.
이곳을 찾아낸 건 동물구조단체 비마이독의 김정현 대표였습니다. 지난달 초 김 대표에게는 한 건의 제보가 들어옵니다. 김 대표는 “나도 번식업자인데 저기(진안의 불법번식장)는 나 같은 업자가 봐도 선을 넘었다, 수법이 너무 잔혹하다, 조치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번식장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내부고발자로 찍혀 보복당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겠죠. 대신 ‘장수군과 진안군 경계선의 산 중턱에 있는 검은색 비닐하우스’라는 단서를 줬습니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행정 경계선을 따라 마을 50여곳을 차례로 돌았고, 시선에 걸리는 검정 비닐하우스는 전부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몇 시간.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OO면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개 분변 냄새가 심해 동네 사람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넣은 비닐하우스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곧바로 차를 몰아 낡은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로 구성된 번식장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전국 최초로 미니비숑을 만든 현장이었습니다. 10㎏급 비숑을 2~3㎏급 몰티즈나 미니푸들과 강제교배해 만든 품종견은 전국에 공급하고, 상품 가치가 없는 장애견이나 노견은 굶겨 죽인 뒤 소각해 사체를 처리했습니다. 번식장 내부는 끔찍했습니다. 산처럼 솟은 분변 더미 위에 올라탄 비숑과 소형견 40여 마리가 10㎡의 좁은 컨테이너 속 더 비좁은 철창에 갇힌 채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그조차 컨테이너 3개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으니, 불법 교배에 동원된 마릿수는 100마리도 넘어 보였습니다. 불법 번식장을 여러 번 목격했던 김 대표조차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습니다.
“누구 없나요?” 김 대표가 부르자 젊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번식장을 운영하는 30대 A씨였습니다. A씨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였다고 합니다. 30도 넘는 무더위였는데 패딩 점퍼에 여기저기 터진 바지를 걸치고, 몸에서는 고약한 악취가 풍겼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꼈지만 김 대표는 번식견을 구매하러 온 손님을 가장해 A씨에게 접근했고, 번식장 안에 들어가 신고에 필요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5월 2일 오전 10시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전국 10곳 동물단체 관계자까지 20여명이 불법 비숑번식장을 급습했습니다. 8년간 쌓인 배설물이 굳어 철창은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활동가들은 망치로 문을 부수고 개들을 꺼내야 했습니다. 마침내 번식장 문이 개방됐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비숑, 몰티즈, 푸들 등 품종견은 140마리나 됐습니다. 김 대표는 “그날 비숑들은 난생처음 철창에서 나와 흙바닥을 밟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합니다. 번식장 곳곳에서는 주삿바늘과 심정지를 유발하는 독극물 석시콜린 약병, 사체를 태운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현장의 봉사자도, 출동한 공무원도 입을 모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며 혀를 찼습니다.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입니다.
불법번식장은 폐쇄됐지만 해결할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진안군청이 구조된 140마리에 대한 기증 처리를 미루고 있어 구조된 동물들에 대한 입양준비 및 치료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구조된 개들이 다시 번식업자 손에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A씨와 일부 번식업자들이 군청에 개를 돌려달라는 민원을 계속 넣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구조에 참여한 동물단체 도로시지켜줄개(도로시) 이효정 대표 역시 “(진안군 측이) 구조해달라고 요청해놓고 인제 와서 돌려달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안군 관계자는 “구조한 동물의 숫자가 많아 동물단체에 잠시 위탁한 것”이라며 “기증 여부를 두고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9일 국민일보는 인천의 동물구조단체 도로시 보호소를 찾아갔습니다. 도로시는 진안 불법번식장으로부터 구조한 개 중 총 9마리의 미니비숑과 푸숑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가족을 기다리는 2살 푸숑 모스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3㎏ 남짓한 모스는 잔병 없이 건강했습니다. 번식업자가 상품 가치가 높은 개들에게는 예방접종을 직접 했다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12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확인해보니 모스는 간식을 받아먹는 대신 소리 나는 장난감을 갖고 놀기 좋아하고, 낯선 사람의 품에도 안기는 등 친화력이 좋았습니다. 모스 구조현장에 참여했던 봉사자 정희연씨는 “모스는 성격이 차분하고 배변도 잘 가리는 모범견”이라며 “번식장에서 퍼피를 생산하는 모견이 아니라 한 가정에서 막내로 사랑받으며 살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모스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모스의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2살 중성화 암컷, 체중 3kg
-건강하고 사회성이 좋음. 얌전하며 품에 안기기를 원함
-간식보다는 소리나는 장난감을 더 반김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인스타그램 everlove8282 (사단법인 도로시지켜줄개)로 DM을 주세요
■모스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13번째 견공입니다. (92마리 입양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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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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