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폐선 업사이클링한 교회는 ‘하늘 향해 항해중’

전병선 2023. 7.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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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2> 인천 영종온누리교회
폐기한 선박을 업사이클링한 영종온누리교회 전경. 가운데 철판이 선체다. 건물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선박의 바닥, 위쪽이 선수다. 영종도=신석현 포토그래퍼


경기도 가평 생명의빛예수마을에는 폐기한 선박을 활용해 만든 카페가 있다. 사용하던 배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생명의빛예배당’과 함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폐선을 활용한 교회 건축물이 있다고 해 지난 23일 인천 영종도를 찾았다. 자동차로 영종IC를 나와 하늘대로를 타고 서쪽으로 5분여 달리자 선체가 있는 건물이 보였다.

정육면체 건물에 선박의 뱃머리를 박아 놓은 모습으로 실제 선박을 업사이클링한 영종온누리교회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인 리사이클링을 넘어 창의성을 더해 새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교회는 폐선을 활용해 노아의 방주, 구원의 방주라는 이미지를 더했다.

교회 뒷모습. 영종도=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는 대지 2020㎡에 연면적 3222㎡, 지하 1층 지상 4층, 대예배당 300석 규모다. 건물의 한쪽 면은 폐선의 바닥이 드러나 있고 선수는 하늘로 향해 있다. 바닥은 황갈색, 그 위는 짙은 빨간색, 갑판 쪽은 남색으로 형태뿐만 아니라 도색된 상태도 본래의 선박 그대로였다. 뱃머리 쪽엔 영문자 ‘ORER’도 남아있다. ‘EXPLORER’에서 남은 문자다.

건축에 활용한 3100여t 규모의 폐선 사진.


사용된 선박은 길이는 71m, 넓이 17.5m, 3100여t 규모다. 노르웨이에서 1982년에 만들어져 38년간 운항하다 북극 쇄빙 화물선으로 사용됐다. 막판엔 지진학 이동 연구함으로 쓰였다. 스페인의 도시 기혼에서 폐선된 배를 가져왔다고 했다.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신형철 교수

건축가 신형철 교수.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대 건축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신형철 교수 제공

선박을 건축에 업사이클링한 예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교회를 설계한 신형철 교수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많은 교회가 노아의 방주, 배를 모티브로 예배당을 지었지만 실제 선박을 교회 건축에 활용한 예는 없었다”면서 “일반 건축을 통틀어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대 건축과 교수인 그는 화가인 아버지 고 신성희 작가를 따라 5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베르사유건축대학에서 공부했다. 2014년부터 건축 소재로 폐선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사용한 건축물로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상작이 생명의빛예수마을에 설치된 ‘베드로 카페’다.

“폐선을 활용하면 시공비를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폐기물을 재활용한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건축에서 지속성과 내구성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산업 폐기물인 선박을 활용해 이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또 철판 구조의 견고함, 완벽한 방수, 풍부한 형태 등 매우 흥미로운 건축 소재로 꼽을 수 있습니다.”

폐선은 일반적인 건축 자재보다 찾기는 쉽지 않다. 영종온누리교회에 사용한 폐선을 구하기 위해 해외의 수십여 폐선박 처리 현장에 연락해 크기, 가격, 정밀도 등의 조건에 맞는 선박을 찾아야 했다. 이를 한국에 들여와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철판 절단 작업을 관리 감독해야 했다. 폐선 작업에 친환경 인증도 필요했다고 한다.

십일조로 교회 바친 건축주 전영한 회장

이 건축물을 거론할 땐 3명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앞서 소개한 건축가다. 두 번째는 건축을 의뢰한 건축주다. 보통은 교회 담임 목사가 건축을 진행하지만 이 교회는 ‘제3의 인물’ 사업가가 있다.

주식회사 하님의 전영한 회장이다. 전 회장은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면서 1000억원의 십일조인 100억원으로 교회를 짓고자 했다. 그는 현재의 부지를 먼저 샀고 어느 교회에 맡길까 고민했다. 결정한 교회가 온누리교회였고 그래서 온누리교회의 11번째 캠퍼스(지성전) 영종온누리교회가 됐다. 전 회장은 온누리교회 성도는 아니었고 인연을 찾자면 사위가 온누리교회 장로라고 한다.

생명의빛예배당을 보고 감동한 전 회장은 이를 설계한 신 교수에게 설계를 맡겼다. 그렇게 교회 건물이 먼저 결정됐고 교회가 설립됐다. 교회는 5월 7일 헌당 예배와 함께 창립 예배도 드렸다.

예배당을 백향목으로 두른 것도 전 회장의 생각이었다. 구약에서 다윗은 여호와의 궤는 성전이 아니라 성막 속에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백향목 궁에 거하는 자신과 비교하며 탄식한다. 전 회장이 이 부분을 필사하고 묵상하면서 내부를 백향목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

영종온누리교회 예배당. 백향목으로 둘러있다. 천장에 십자가 형태가 보인다. 영종도=신석현 포토그래퍼


성경에 나오는 레바논의 백향목을 찾았다. 하지만 레바논에서 백향목은 구하기 어려워 튀르키에에 있는 동일한 수종의 백향목을 사용했다. 6개월을 찌고 말리고 켜는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예배당 천장 중앙, 십자가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도 눈길을 끌었다.

1층 로비. 가운데에 지구본이 있다. 영종도=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를 개척한 도육환 담당 목사

영종온누리교회 담당 도육환 목사.

세 번째 인물은 영종온누리교회 담당 도육환 목사다. 온누리교회 각 캠퍼스 목사는 담임이 아닌 담당으로 불린다. 도 목사는 직전에 양지온누리교회를 담당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가 영종온누리교회 담당을 공모했을 때 도 목사가 나섰다. 지난 23일 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하나님이 주신 은혜 중의 하나가 개척이었다. 영종온누리교회 개척도 나의 몫이라 생각하고 자원했다”고 말했다. 도 목사는 LA온누리교회, 산타모니카온누리교회를 개척한 바 있다.

개척은 개척인데, 교회 건물부터 마련된 흔치 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뻐할 일이지만 도 목사는 “아파트 짓고 입주하듯이 교회를 시작하는 게 양심상 맞지 않다”며 건축이 완성되기 전에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다. 양지온누리교회 담당을 미리 사임하고 지난해 10월 근처 상가의 공간을 빌려 예배를 시작했다. 소식을 듣고 그동안 서울로 예배드리러 갔던 인근 온누리교회 성도들이 합류했다. 아이들 포함해 50여명이 함께 했고 그렇게 시작한 교회는 빠르게 성장해 성도가 300여명으로 늘었다.

그는 폐선을 활용한 이 특별한 교회를 어떻게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목회적 의미를 부여했다.

“외관적으로 우리 교회의 배는 수직으로 세워져 있어요. 물에 떠 있는 박스 형태의 수평적인 모습이 아닌 거죠. 그러다 보니 여기에 맞는 콘셉트를 고민했는데 배의 선수가 하늘로 향하고 있으니 ‘우리 교회는 하늘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 그래서 ‘세일링 투 헤븐’이다. 위로 올라가는 배, 땅의 것이 아니라 하늘을 추구하는 배라는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성도에 대한 정체성도 여기에 맞췄다. 배에 탔으니 영종온누리교회 성도는 승객이거나 승조원이다. 여기에서 승객은 누리는 사람이다. 유람선이라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반면 승조원은 승객을 돕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도 목사는 영종온누리교회가 하늘로 향하는, 천국으로 향하는 배이기에 성도들은 세상의 죽어가는 사람들을 건져내 하늘로 인도하는, 특별히 구조선의 승조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관문 도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이 지역에 세워진 교회인 만큼 더 많은 이들을 구조할 수 있도록 중보하고 선교하는, 그래서 구조하는 승조원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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