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요리하는 팜 퀴진, 르 두아예네
2023. 7. 1. 00:17
파리 중심지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샤토 드 생브랑(Cha^teau de Saint-Vrain). 초여름 바람과 햇살이 반기는 이곳에서 셰프 제임스 헨리(James Henry)를 만났다.
파리 중심지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샤토 드 생브랑(Cha^teau de Saint-Vrain)에 도착한다. 초여름 바람과 햇살이 반기는 이곳에서 셰프 제임스 헨리(James Henry)를 만났다. 제임스는 레스토랑이자 농장이며 게스트하우스이기도 한 ‘르 두아예네(Le Doyenne′)’를 이끌며, 일 년 내내 재배한 제철 과일과 채소로 특별한 요리를 선보인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식에 걸맞은 진정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는데 샤토 드 생브랑은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었어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정했죠.” 제임스 헨리는 동료 셰프인 션 켈리(Shaun Kelly)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뒤, 오랜 복원과 레너베이션 끝에 2022년 말 르 두아예네를 열었다. 개보수와 복원은 지역 장인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한 끝에 이뤄졌다. 인근의 릴 기차역에 있던 벤치를 레스토랑 라운지로 옮겨왔고, 과거 옥션 하우스에서 사용된 테이블은 카운터 테이블로 활약한다. 이 밖에도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모든 가구와 테이블웨어는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제품이다. 르 두아예네는 19세기 프랑스 앙제(Angers)에서 재배되던 배의 종자 이름이자, 오랜 지역 유지이며 이 땅의 소유주였던 몽마르 가족의 오래된 헛간 이름이기도 하다.
제임스와 션은 장소의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헛간 이름을 계승했고, 농장에서는 재생 농업으로 땅을 가꾸고 과거에 존재했던 다양한 에어룸 채소(Heirloom Vegetable)를 재배한다. 이 땅에서 자라던 채소들은 르 두아예네 요리의 뿌리이자 줄기다. “과거 이 땅에서 재배된 야채를 무농약으로 길러 사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자란 채소는 훨씬 깊은 맛을 지니죠. 건강에 이로운 것도 당연하고요. 우리는 와인과 해산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이 지역에서 구해 사용해요.” 르 두아예네가 보살피고 재배하는 것은 농작물뿐이 아니다. 과거 동물원이었던 터를 개조해 닭과 돼지도 기르고 있다. “아무래도 야채 재배량이 적은 겨울에는 육식 메뉴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요즘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활짝 열린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제임스와 션이 완전히 잊힌 제철 재료와 터를 되살려 요리를 선보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외식 문화와 인류의 생태학적 본성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노력은 〈미슐랭 가이드〉가 지속 가능한 레스토랑에 수여하는 그린 스타를 받으며 인정받기도 했다. “사실 쉽지 않은 프로젝트여서 르 두아예네를 만들어가는 모든 스태프에게 많은 고마움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주중의 런치나 디너 코스도 좋지만, 여유가 있다면 토요일 오후에 도착해 주변을 산책하고 저녁 식사 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추천한다. 높은 층고와 아치형 창문이 모든 게스트 룸에 있고 빈티지 가구와 조명들이 존재감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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