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보고 있나?…한화가 18년 만에 7연승 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7연승을 질주했다. 이 문장이 생소하다면, 그게 당연하다. 한화의 7연승은 무려 18년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한화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1로 이겨 지난 21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부터 이어진 연승 행진을 '7'로 늘렸다. 한화가 7경기를 내리 이긴 건 2005년 6월 5일 청주 두산 베어스전~11일 대전 LG 트윈스전 이후 6593일 만이다.
그 후 6연승은 드물게 나왔지만, 7연승까지는 도달한 적이 없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7년간 절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7연승은 경험해보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날의 7연승은 현재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 대부분에게 '첫 경험'이다.
기념비적인 승리를 앞장서 이끈 건 '포스트 류현진'으로 불리는 2년 차 선발투수 문동주였다. 그는 6이닝 동안 공 92개를 던지면서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해 시즌 5승(5패) 째를 올렸다. 최고 시속 158㎞의 강속구와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삼성 타선을 무력화했다.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면서 한화를 대표하는 국내 에이스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화에 새 활력을 불어 넣은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는 KBO리그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했다. 그것도 1회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결승 2점 홈런이었다. 윌리엄스는 1회 2사 1루 첫 타석에서 삼성 선발 최채흥의 3구째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25m. 올 시즌 외국인 타자의 부진 탓에 마음고생을 했던 한화 구단과 팬들의 아쉬움도 담장 밖으로 함께 날아갔다.
뒤 이어 정은원이 2회 솔로 홈런(시즌 1호), 노시환이 7회 솔로 홈런(시즌 15호)을 잇따라 때려내면서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한화는 세 타자의 홈런 덕에 KBO리그 역대 세 번째 통산 4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기념비적인 7연승에 또 다른 이정표가 따라오는 겹경사를 누렸다.
이뿐만 아니다. 한화는 이날 승리 덕에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최하위 삼성과의 격차는 5경기로 벌어졌다. 이제 탈꼴찌가 아닌 5강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7위 KT 위즈에 불과 0.5경기 차로 뒤져 있고, 5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격차도 2경기로 좁혀졌다. 수년 간 차근차근 변화의 기틀을 다져온 한화가 마침내 의미 있는 수확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 문동주를 칭찬하고 싶다. 6이닝 동안 승리에 발판이 되는 호투를 해줬다. 또 1회 선두타자 출루 후 투아웃에 몰린 상황에서 윌리엄스의 홈런이 나와 초반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2회에 나온 정은원의 홈런도 큰 힘이 됐다. 정은원이 이 홈런을 계기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수원 NC전에서 3-2로 이겨 3연패를 끊었다. 1-2로 끌려가던 8회 박병호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고, 황재균의 땅볼로 3루 주자 앤서니 알포드가 결승 득점을 올려 역전승했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는 KBO리그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에서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잘 던져 여전한 저력을 뽐냈다.
SSG 랜더스는 고척 원정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7-3으로 꺾고 3연패를 탈출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7과 3분의 2이닝 9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5승(1패)째를 올렸다. 키움은 '천적' SSG에 또 패하면서 올 시즌 상대전적 1승 9패로 밀리게 됐다.
선두 LG는 잠실 KIA전에서 9회 말 터진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5-4로 이겼다. 극적인 5연승으로 2위 SSG와의 게임 차를 1.5경기로 유지했다. KIA는 3연패에 빠져 9위로 내려앉았다. 롯데는 사직 두산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0으로 이겼다. 윤동희가 끝내기 안타를 쳐 3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롯데 선발 박세웅과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은 나란히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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