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전혀 경험 못한 대통령의 시대"... 정의당의 생존 전략

박소희 2023. 6. 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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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단식 농성 이 대표... 그가 말하는 '혁신 재창당'

[박소희, 류승연, 유성호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4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선언한 ‘혁신 재창당’의 방향과 비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수도권 지역에 폭우특보가 내려진 29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서울시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얇은 가림막에 의지해 비를 피하고 있었다. 우비 차림으로 버티다 퍼붓는 비에 급하게 공수한 가림막이었다. 당 관계자는 "일본 대사관에서 강하게 얘기했는지, 물건 반입조차 어려워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대사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이날로 4일째 단식농성 중인 이 대표에 대해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단식도 단식이지만, 이 대표는 '혁신 재창당'이란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얘기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일본 여론을 움직여서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주한 일본 대사관 앞 단식 농성을 택하기 전, <오마이뉴스>가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다. 

정의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한 뒤 재창당을 결의했고, 지난 24일 전국위원회에서 "정의당은 당의 사회 비전과 가치에 동의하며 기득권 양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진 <노동 정치세력>, <기후·녹색 정치세력>, <제3의 정치세력>과 합당 및 통합의 방식으로 신당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의 기득권은 과감히 내려놓는다"는 기본 방향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제3의 정치세력' 범위에 '금태섭·양향자 신당'은 포함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관련 기사 : '금태섭·양향자 신당' 선그은 이정미 "양당 반대하면 하나 되나" https://omn.kr/24itc). 이것만으로는 '혁신 재창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대로면 2020년 총선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는 당의 상황을 타개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29일 이 대표는 "저는 우리 당을 믿는다"며 낙관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발 속에서도 그의 답변은 의연했다.

몇 년째 부진 못 면한 정의당... '그럼에도'
 
▲ 이정미 "전혀 경험 못한 대통령의 시대"... 정의당은 어떻게 넘어갈까 ⓒ 유성호

- 정의당이 최근 혁신 재창당의 기조를 정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우리 발 밑을 든든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재창당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당의 발 밑은 좀 든든해졌나.

"한 3년 동안 많은 당원들이 떠났는데, 제가 당대표가 된 뒤 급격하진 않아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또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지역을 한 바퀴 돌면서 '다시 힘을 내보자'는 흐름을 형성해냈고, 제가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지역에선 후쿠시마 관련 캠페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처럼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라서 '대중교통 월 3만 원 프리패스'를 내놨고, 인천 등에서 관련 조례 제정도 추진 중이다."

-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성적은 초라한 반면 진보당은 약진했다. 올 4월 강성희 의원(전북 전주을)의 당선으로 국회에도 입성했고.

"글쎄, 진보당이 울산이나 광주 등 특정 지역을 깊숙이 파고들었던 것은 굉장히 존중한다. 당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전북 전주을 선거는 특수사항(민주당의 무공천 등)이 많이 발현됐기 때문에 그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하긴 어렵다."

- 혁신 재창당을 위해 '정체성을 뚜렷이 하자'고도 했다. 정의당은 '3만 원 프리패스'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입법도 추진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소기의 성과를 냈음에도 '정체성을 확실히 못 세웠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꾸준히 잘해왔던 일들을 퇴색시키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당원들이 열심히 안 했다거나 지지자들 마음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잘 정돈하고 이끌어가지 못한 리더십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막 죽기 살기로 해놓고도 자부심을 느낄 수 없는, 어려웠던 과정이지 않았나 싶다."

- 밖에서 정의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식었다. 정당 지지도는 4, 5%에 머물고 있다.

"정당 지지도에는 정치 지형이 상당히 작용해서 당장 확 치고 나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우리의 준비나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분명 있다. 하지만 양당이 다 빨아들이는 정치구도가 여전히 존재한다. 정의당이 혁신하고 잘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혼자 잘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이 구조를 어떻게 깨부술 것인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진보니까 다 뭉친다? 그러다 진짜 끝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4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선언한 ‘혁신 재창당’의 방향과 비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정치 지형을 바꾸기 위해선 내년 총선이 중요하고, 그래서 '진보 대통합'이라는 방향의 혁신 재창당을 내걸었다. 아무래도 녹색당, 노동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등이 대상일 것 같은데.

"아니다. 저희는 우리의 지향과 가치에 동의하고 양당 체제를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있는 노동·녹색·제3정치세력, 소위 진보정치세력들 간에 통합을 할 수 없다면 연대·연합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기본소득당과 정의당이 첫 번째 전제(양당 체제 극복)에서 가닿고 있는가를 논의해봐야 한다. 어쨌든 기본소득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포인트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또 진보정당끼리는 20여 년간 상당한 부침을 겪어온 터라 '우리는 그래도 진보니까 하나로 다 뭉치자'고만 하면 또 다른 부침을 가져올 수 있고, 그러면 진짜 끝난다.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정의당 중심으로 다 모여라'는 아니란 뜻인가.

"그렇다."

- 그런데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선 진보 대통합 등을 바라는 대중들의 열망도 높았다. 하지만 2023년 사람들은 진보세력에게 실망했고, 호감은 비호감으로 돌아섰다.

"요즘 진보라는 말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 헷갈린다. 민주당도 진보세력이라고 하고, 그들이 최근 보여준 도덕적 불감증에 상당히 많은 비판을 하는데 너무 '진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같이 인식되고 있진 않을까? 또 '내가 진보'라는 인물이 진보적 지향과 가치, 비전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했던 상황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내년 총선에서 '맞아, 진짜 진보는 정의당이었지.' '진보정당은 원래 저런 걸 하는 곳이었지. 그 힘을 키워줘야지.' (유권자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우리의 가능성, 우리가 선택받아야 될 이유를 보여드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겪는 여러 가지 위기의 정점은 결국 기후생태위기다. 이것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제는 그린뉴딜이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전체 산업구조를 그 방향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한 돌봄의 위기를 복지시스템의 중심에 둬야 하고, 중앙집중화한 경제시스템 안에선 기후위기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으니 지역 중심의 순환 경제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정의당이 그걸 만들어내야 한다."

"금태섭·양향자 선긋기가 메시지 관리 실패?"

- 녹색, 노동 이런 것들은 진보정당이라면 당연히 내걸어야 하는 가치이고 정의당이 안 했던 것도 아니다. 진단과 처방이 더 세밀하게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당 체계의 문제다. 다른 당들은 다 인물, 대선주자 중심의 캠프정당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당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그러면 당은 무엇인가. 각 지역위원회가 튼튼하게 뒷받침되고, 지역활동을 통해서 지지기반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일상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 무너져 있더라."

- 당이 겪었던 '많은 일' 때문인가.

"그런 것(지역 기반)을 소중히 잘 구축해 나가지 못했던 점도 있고, 21대 비례대표 선거 과정에서 당의 주요 공간에 계신 분들이 도전했다가 다 떨어져 나간 과정도 있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던 당대표가 무너져 내리고… 이유야 너무 많다. 일각에선 한두 가지 처방전으로 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믿지 않는다. 누군가와 힘을 합치면 우리 당의 어려운 점들이 한순간에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가 '세력을 확대하더라도 우리가 없으면 그 소용돌이 안에 다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 그 맥락에서 최근 '금태섭·양향자 신당'에는 선을 그었나. 하지만 '과도한 선 긋기다, 대표의 메시지 관리 실패다'라는 당내 비판도 나왔다.

"공적 위치가 아닌 개인은 얼마든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위에 참여했던 분들은 기억할 거다. 당시 '금태섭·양향자 신당도 제3의 정치세력이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인가'란 질문에 분명히 '지금으로선 그분들이 어떤 가치와 비전을 내놓는지 알 수 없어서 그들을 우리가 통합을 추진하는 세력으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답이 있었다. 만약 문제가 됐다면 그 자리에서 문제 제기가 됐을 텐데 없었고, 저는 논의됐던 그대로를 옮겼다. 대표의 메시지 관리 실패가 아니다."

- 혁신 재창당의 방법론을 둘러싼 내부 견해 차는 아직 큰 것 같다.

"큰 틀의 방향은 정해졌고, 우리 당을 어떻게 확대하고 강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의견들을 '대표님 나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전국위 결정에 부합한다'고 한다면 (같이) 앉아서 얘기하는 거다. 그런데 당장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 없는 그런 이야기를… '제3의 정치세력으로 확장해야 된다', 저는 동의하고 그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이 좋고, 그 외의 것도 필요하다'는 분들은 '그 외'가 무엇인지 가져오면 된다. 얼마든지 열어놓고 논의할 의향이 있다."

"여전히 노회찬, 심상정? 어떻게든 넘어서야"
 
▲ 정의당 이정미 대표 단식 농성 4일차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인물 중심의 정치도 비판했는데, 대중들로선 결국 어떤 정치세력을 어떤 얼굴로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전히 '정의당' 하면 노회찬과 심상정이다.

"대중들의 그 마음을 이해한다. 왜냐면 노회찬, 심상정은 대한민국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진보정당의 지역구 당선'을 해냈다. 사실 정의당이 그 다음 지역구 당선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에 지난 총선 때 지역구(인천 연수을)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저로선 굉장히 뼈아프다. 이정미가 지금 정의당을 대표하고 있어도 아직 그 산 하나를 못 넘었다. 어떻게든 넘어서야 당이 또 살아난다. 언제까지 비례들로 명맥 유지하고, 심상정 의원이 5선, 6선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

- 며칠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목표를 20석이라고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비례는 물론 지역구에서도 어느 정도 당선자가 나와야 한다. 어떤 조합으로 '20석'이란 목표를 세웠나.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하고, 거대 양당 사이에서 확고한 캐스팅 보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말씀드렸다. 그 방식은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 일단 22대 국회에선 지금과 같은 양당의 대결적인 정치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판을 꼭 만들어 내겠다."

- 현재의 선거제도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더 전진하는 선거제도를 만들기 어렵다면 '위성정당 방지 조항'만큼은 넣자고 했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 결국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극심한 대결 정치 속에서 정의당은 또 민주당과 손잡거나 단일화를 압박받는 상황이 빚어지지 않을까.

"정의당은 '정의당의 분명한 목표를 갖고 대중에게 선택받겠다'는 의지를 추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염두에 두고 '잡지 말아야 될 손'을 잡지는 않겠다."

- 여러모로 과제가 많다.

"저는 우리 당을 믿는다. 정치가, 사회가 혼란스러운 데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통령과 시대를 만났다.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그 지혜를 짜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 굉장히 날카로운 이견들이 나올 수 있지만, 또 합의를 이루면 그 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과정들을 잘 밟아가야 한다. 다만 진보정치의 성찰과 혁신 속에서 더 나은 진보정치의 내일이 있는 것이지, 진보정치를 깨부수고 부정하는 속에서 더 나은 진보정치는 없다. 어떤 것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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