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 살해' 부모 형량, 머리 한대 맞은 듯했죠"
[이영광 기자]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발달 장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달 장애인과 그들의 부모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 6월 23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시한부 엄마의 호소문-우리 새끼를 부탁합니다' 편이 방송되었다. 두 발달 장애 자녀를 두고 암 투병 중인 김미하님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발달 장애인 부모들의 어려움을 짚었다.
▲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 KBS |
- 방송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 나가고 잘 봤다는 인사나 출연자들의 문자 같은 것도 받았어요. 잘 봐주신 분들이 계신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제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실질적 변화를 불러오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 발달 장애를 둔 부모 이야기를 다루셨는데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신 건가요?
"작년쯤, 발달장애인 어머님들이 아마 대통령실 생기기 전 청와대였던 것 같은데 거기 가셔서 삭발도 하시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이 죽음을 멈춰달라'고 시위하는 걸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거기서 사회적 참사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어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개인적인 문제만으로 죽는 게 아닐 수 있겠다. '사회적 참사'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그 뒤로 제 눈에 '발달장애인 부모 동반 자살', '발달장애인 부모 자녀 죽이고 숨져'라는 식의 단신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단신들을 계속 스크랩 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올해 1월, 김미하 어머님 소식도 알게 된 거예요.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있고, '우영우' 신드롬이 일만큼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김미하님이 암 투병을 하시면서도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취재하기 전에는 발달장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요?
"거의 무지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돌이켜 보면 제 주변에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었고 또 발달장애인의 가족이 (장애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제대로 몰랐어요."
- '발달 장애'를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만으로 판정된 장애인들을 통틀어서 발달장애인이라고 정의하고 있고요. 해외 같은 경우에서는 뇌병변 장애까지도 포괄해서 발달장애인으로 하는 국가도 있다고 해요."
- 장애 남매를 둔 김미하님 이야기를 수미상관 구조로 구성하셨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취재가 제일 많이 된 것도 있었고요. 또 엄마의 절박한 마음에 시청자들이 이입해서 발달장애인의 다른 가족도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도와 법적으로 뭐가 필요한지 하나하나 짚어주는 것도 좋지만, 시청자들에게 한번 더 부모의 마음이 돼 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처음과 끝을 다 보고 났을 때 (저희 제목과도 맞닿아 있는데) 결국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호소문처럼 읽혔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처음과 끝을 김미하님 이야기로 했습니다."
- 김미하씨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어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줄 알고 있어서 말할 기력이 있으실지 걱정하고 갔는데 엄청 씩씩하시더라고요. 그때 저희가 2시간 정도 계속 얘기를 나눴을 거예요. 주로 아마 김미하님이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치지 않고 계속 얘기를 해 주셨어요."
- 김미하님의 자식 걱정이 크실 것 같은데, 암 발병 전에 자립 준비를 안 하신 거예요?
"언젠가 자립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하셨는데 막연히 생각만 있으셨지 구체적인 실행을 하진 못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 따님 같은 경우 스미스 마제니스 증후군(17번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유전병)을 앓고 계세요. 시력을 잃고 척추가 더 휘어지면서 걷기가 힘들어지는 장애죠. 따님 케어도 하시면서 아들 태형씨도 (돌봐야 해서) 자립에 대한 준비를 해두시지 못했던 것 같아요. 생각은 물론 하고 계셨지만요."
- 남편분이 사망해서 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그렇죠. 지금도 지금 거의 암 수치 때문에 한 달 동안 퇴원 못 하고 계시는데 아마 남편분이 계셨다면 대신 돌봄을 나눠서 부담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그 부분이 안 되다 보니 지금은 활동 지원사분들이 긴급 지원으로 24시간 나오기는 하세요. 그런데 이 긴급 지원마저 없었다면 태형씨와 큰 딸인 지민씨는 집에 방치돼 있을 수밖에 없었겠죠."
- 발달 장애인 권범석씨 사례도 나오는데요. 아버지가 보호센터에 늘 데려다 주시더라고요.
"지금 아버님이 무릎도 인공관절 수술하시고 허리도 안 좋으셔서 늘 허리 보호대를 차고, 걸으셔야 하거든요. 그 외에도 질환이 굉장히 많으세요.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석씨를 데리고 지하철로 왔다 갔다 하는데 왕복 2시간이 소요되거든요. 실질적으로 엄청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버님 걸음과 신체 상황으로는 거의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단 말이죠."
- '활동 지원사 제도'가 있는데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활동 지원사 제도'는 우리나라 모든 장애인이면 다 신청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활동 지원사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인정한 시간 할당을 받아야 해요. 대체적으로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이용 시간이 적게 나와요. 왜냐하면 장애인들의 시간을 측정하는 일종의 종합 검사표라 그러나요. 밥은 먹을 수 있는지, 혼자 걸을 수는 있는지 등 신체 활동 위주로 질문이 구성된 거예요.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 혼자 밥도 먹을 수 있고 걸을 수도 있고 세수도 할 수는 있지만 가야 되는 방향으로 걷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걷는 경우에 속하는 거죠. 검사표 문항이 신체장애인 위주로 돼 있다 보니 그런 거예요. 시간이 적게 나오면 활동 지원자분들도 급여를 적게 받아가는 거죠. 또 발달장애인분들의 도전 행동이라든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으로 꺼리는 활동 지원가 분들이 있죠."
- 발달 장애인 가족의 생계문제도 중요할 것 같은데.
"맞습니다. 발달장애 부모님 중에 한 분은 전적으로 경제 생활을 하면 한 분은 돌봄에만 오롯이 메어 있다 보니 함께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을 양육하고 키우고 재활 치료를 하려면 돈이 들죠. 돌봄 자체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드는데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보니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저희 방송에도 인용됐던 김미옥 교수님의 '자살 생각 주요 요인 연구'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어요."
- 지방의 경우 지원 시설이 더 부족한가요?
"저희 방송에 출연했던 김민성(가명)씨네가 살던 지역은 꽤 넓지만 주간보호센터가 딱 한군데 있는 거예요. 서울만 해도 한 구 안에 그래도 여러 개의 보호센터가 있는데 말이죠. 그럼 들어갈 수 잇는 자리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거죠. (지방의 경우)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란 걸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발달 장애 부모님들 만나셨잖아요. 공통으로 얘기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누가 조금이라도 함께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살아 있을 때 혹은 내가 죽고 없을 때 내 자녀를 누군가 함께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저희 방송 제목이 '우리 새끼를 부탁합니다' 잖아요. 내 새끼가 아니라 우리 새끼로 생각해서 누군가 같이 조금이라도 돌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신 것 같아요."
-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와 동반자살 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하는데요. 통계가 있나요?
"저희도 이번에 그걸 알고 싶어서 통계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통계 자료 자체가 없습니다. 일일이 키워드 검색으로 하다 보니까 검색에 걸리지 않는 케이스도 많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찾은 것은 20여 건이었는데 검색 툴에 한계가 있다 보니 전수조차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인거죠. 판결문이 나오려면 부모가 살아 있어야 판결이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부모도 같이 자살해 버리면 재판에 올 수 없잖아요. 그냥 자살 사건이 돼버리는 건데, 사실 기사화 안 된 케이스도 많을 것 같아요. 이런 실태에 대해 정확하게 헤아리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방송에서 '발달장애 자녀 살해 및 부모의 자살'과 관련된 한 판결문을 소개하셨잖아요. '형벌의 반'은 우리의 책임이라는 데 공감이 가던데.
"저도 판결문 뒤지다가 그 판결문 보게 됐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었어요. 보통 살인에 비해서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살인이나 살인 미수) 형량이 굉장히 적게 나오는 편이에요. 이거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님이 받은 형량이 아닌 나머지 형량을 우리 사회가 받아야 된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됐었어요."
-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희가 소개했던 게 지원 주택이었는데요. 집단 거주 시설이 필요한 분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모님들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집단 거주 시설은 우리 지역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서울시나 여러 작은 지자체들이 시도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집단거주시설이든 지원주택이든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한 아이가 자라고 노인이 돼서 세상을 떠나기까지 생각해 보면 계속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거든요. 돌봄이 결국 발달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우리도 누군가의 돌봄 속에 자랐고, 나중에 돌봄을 받으면서 늙어갈 존재인 거죠. 특별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돌봄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또 방송을 보신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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