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쏠했던 상반기 IPO…대어급 하반기 출격 준비[상반기결산]
[한국경제TV 오민지 기자]
<앵커> 상반기 우리 증시 돌아보는 결산 시간입니다.
오늘은 IPO 시장 살펴보겠습니다. 증권부 오민지 기자 나와있습니다.
오 기자,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기자> 중소형주 위주로 진행된 올 상반기 IPO 시장이었지만 그래도 B+의 점수를 만들어낸 시장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규모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수익률에 있어서 눈에 띄는 성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스펙 상장이나, 코넥스 상장, 재상장 등을 제외하고는 이번 상반기에 총 33개사가 IPO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32개사 IPO 보다 1개사가 많았지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이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 등 3개 기업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어급은 없었다는 거죠. 이번에는 공모 규모가 300억원 미만인 중소형 IPO가 전체의 69%로 상당히 많았습니다.
전체 공모 규모는 1조 477억원으로 공모규모가 600억원 이상인 기업은은 리츠를 제외하고 기가비스(954억원)와 티이엠씨(616억원) 뿐이었습니다.
<앵커> 대어급은 부재했지만 성적표는 좋았다는 말은 공모주들이 시장 평가를 잘 받았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중소형주 IPO라고 무시할 게 아니라는 거죠.
이번 상반기에 기관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을 기록한 경우가 67%로 총 21개 기업이었습니다.
실제로 상장 이후 공모주들의 주가 상승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더블' 즉 200% 이상을 기록한 기업이 45%로 15개 기업이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상장한 시큐센과 알멕은 시초가 형성 범위가 400%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각각 198%, 190.8% 오른 가격에 시초가가 형성됐습니다.
정리해보니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이 33개사 평균 67.8%를 기록했는데요.
다시말하면 올해 상반기에 IPO한 기업의 공모주를 한 주씩만 샀어도 70% 가까운 수익률을 볼 수 있었다는 거죠.
<앵커> 시장 수익률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네요.
공모 시장 수익률이 두드러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올해 초에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반기 중 2,600선을 기록하는 등 활기를 다시 띄기 시작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올해 초 1월과 2월에 상장한 미래반도체, 꿈비 등 공모주들이 시장을 잘 형성한 점 역시 IPO 시장 회복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첫 공모주들의 성적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회복한 겁니다.
연간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 추이를 살펴봐도 현재 수익률이 역대급 기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서 공모주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 거죠.
5월부터는 IPO 시장에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청약경쟁률 모두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IPO 시장에 선순환이 있었던 거죠.
<앵커> 그런데 공모를 준비한 기업들은 다른 때보다도 조금 더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에 상반기 IPO를 준비했던 기업들의 발목을 잡은 요소들이 몇 개 있었는데요.
공모가 고밸류에이션 논란과 오버행 이슈가 주요했습니다.
수입 와인 유통회사인 나라셀라는 피어그룹 선정에 있어서 잡음이 있었고 프로테옴텍은 납품회사인 SK하이닉스의 업황 부진으로 벨류에이션에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한 기업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전체 33개 기업 중에서 29개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했고 그중 큐라티스나 프로테옴텍 등 5곳은 세 번, 에스바이오메딕스나 나라셀라는 무려 4번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모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많았죠.
당국에서 이렇게 깐깐하게 증권신고서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IPO 시장이 고금리 상황에 얼어붙어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가를 더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고평가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당국이 신경을 쓴 점도 올해 상반기에 IPO 성적표가 더 양호하게 나올 수 있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결국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공모가를 낮췄다는 건데 그러면 왜 애초에 공모가가 높게 책정이 되는 건가요?
<기자>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지금 거시적인 시장 상황이 영향을 적지 않게 미쳤다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었는데 이런 상황에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유동성이 풍족할 때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장 이전에 밴처캐피탈 단계에서 들어간 투자 가격보다 밸류에이션이 낮아질 수도 있는 거죠.
예컨대 주당 2만원으로 프리 IPO 단계에 들어온 투자자가 있다면 IPO 시에는 투자자 합의 없이는 그보다 낮은 공모가에 IPO할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전동의권을 통해서 투자자들이 기업이 투자 가격보다 낮게 IPO 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투자금 회수가 더 급하다고 판단되거나 아니면 상장 이후에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공모가를 투자가격보다 낮게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는 더 발생하기 쉬운 거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실 IPO 하기 좋은 시장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렵게라도 IPO에 성공한 기업들이 선전했다는 겁니다.
<앵커> 일단 상반기는 그래도 양호하게 마무리가 됐는데 하반기 IPO 시장은 어떨까요?
<기자> 하반기 IPO 시장도 긍정적인 전망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대어급 IPO가 시장에 나오기도 하고 특히 시초가 형성 범위가 늘어난 점도 장내 거래에 앞서서 투자자들이 공모 청약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번에 금융위가 IPO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공모가 대비 시초가 형성 범위가 90~200%에서 60~400%로 대폭 늘어났잖아요.
결과적으로 오를 만한 신규 상장주에 대해서는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거죠.
2분기 이후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 청구에 나섰다는 점에서 하반기 대어급 IPO가 주도하는 시장 회복세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IPO 준비 기업도 짚어주시죠.
<기자> 우선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첫 주자로 종합 강관 제조기업인 넥스틸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8월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또 SGI서울보증보험과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엔카닷컴,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하반기 IPO 기대주인데요.
대부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대어급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아직 예비심사 청구 단계이거나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인 상황이라 상장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 공모주 시장이 주목 받고 있는 만큼 투자 기회를 잘 살피시면서도 시초가 형성 범위가 커지는 등 변동성도 확대되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민지 기자 om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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