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적 오픈리 레즈비언 유부녀' 김규진의 임신 이야기
'오픈리 레즈비언' 김규진이 동성 연인과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된 건 2019년 봄이었습니다. 2023년 현재까지도 한국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뉴욕은 중혼만 아니라면 누구나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회사에 청첩장을 내고 신혼여행 휴가를 받아 뉴욕으로 향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김규진의 블로그에 공개되며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리고 김규진은 결혼 이듬해인 2020년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라는 에세이를 출판했습니다. 500번이 넘는 커밍아웃 경험을 통해 같은 성소수자들에게 '꿀팁'을 전수했고, 새로운 형태의 결혼과 그 삶에 대해 알렸죠. 그는 같은 해 〈엘르 코리아〉와도 만났는데요. 당시 김규진은 "한국 사회에서 레즈비언 부부로 사는 것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언젠가 당연해 질 것이라는 믿음이 두 사람을 버티게 한다면서요.
그런 김규진 부부가 임신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겨레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 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김규진은 벌써 임신 8개월 차가 됐습니다. 아이를 낳는 동성 커플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 임신 사실 공개의 배경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부부가 현재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임신을 결심했다는 거였죠. 누구나 그렇듯 곧 태어날 아기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부부가 사랑해서 아기를 원했음을 잘 설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부부는 다음달 1일 제24회 퀴어 퍼레이드에서 임신 사실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며 을지로2가 일대에서 열리지만, 퀴어 퍼레이드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낀다는 부부는 이날 부케를 던지는 퍼포먼스도 할 예정입니다. 또 7월 중에는 '대한민국 저출생 대책 간담회'라는 이름의 베이비 샤워도 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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