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發 ‘온플법’에 美 기업 한국 투자 급감하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6. 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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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구글·테슬라·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도에 대거 투자한다는 소식이 글로벌 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탈(脫)중국화를 시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동맹국인 인도 시장을 대안 삼아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이를 두고 국내 산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때 미국이 인도보다 한국에 더 많이 투자했는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최근 수년간 강화된 플랫폼 규제 방안이 투자 위축세를 불러왔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시행될 경우 ‘투자 가뭄’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아마존·테슬라·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투자를 약속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2030년까지 인도에 26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공장 추진을 브리핑했다. 애플과 애플 협력사 폭스콘, 구글은 인도에 신공장을 짓거나 핀테크 운영 센터를 개설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대항마로 미국이 인도에 두꺼운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미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인도 과기부와 현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인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13년 4억7800만달러 규모였다. 그러다 2020년 41억달러로 10배 늘더니 지난해 105억달러로 100억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불과 10년 만에 미국 기업의 인도 투자가 2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국은 어떨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FDI 투자는 2013년 당시만 해도 35억3000만달러(신고 기준)로 인도보다 훨씬 높았다. 이후 2018년 59억달러, 2019년 68억4900만달러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2020~2021년은 각각 50억달러 초반대로 내려왔다. 새 정부 들어 지난해 투자 규모는 86억달러로 반짝 증가했지만, 올 1분기에는 전년과 비교해 14% 줄어든 7억5000만달러가 신고됐다.

산업계에선 동맹국인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미국의 한국 투자가 크게 늘지 않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공정위는 ‘디지털 공정 경제’를 화두로 내세우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2020년엔 ‘타다 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미국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한국 투자 위축세를 불러왔다는 평가도 적잖다.

최근에도 공정위는 국내에 진출한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계기로 한국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같은 달 넷플릭스 등 OTT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사용자 수는 약 1100만명으로,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른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이 약 62%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지난해 말 ‘AWS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 독과점 자료’를 내며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했다. 구글도 지난 4월 경쟁사인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들에 앱 상단 노출 등을 지원한 이유로 421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았다. 인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한국 투자에 대해선 아직 결정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시행할 경우 빅테크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는 유럽연합(EU)이 유럽 내 3개국 이상 진출한 미국 구글·애플·아마존 등 4500만명의 실사용자를 가진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를 본따 국내에 온플법 입법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부터 독과점 규율 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플랫폼 독과점 규제 방안을 준비해왔다. 조만간 법 제개정 여부 등을 포함한 규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온플법으로 국내 주요 대형 플랫폼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성장에 제한을 둘 경우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현지 씽크탱크들도 플랫폼 기업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유럽 DMA는 미국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법안인데, 미국의 동맹국 한국이 EU와 손잡고 규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기업을 불균형적으로 겨낭하고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IT 정책 씽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한국 공정위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DMA를 수입해 대형 테크 플랫폼을 규제하면 소비자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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