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덜란드, 中에 원투 펀치"…반도체 구형장비 수출도 봉쇄

박해리 2023. 6.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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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네덜란드가 30일(현지시간) 첨단반도체 제조업체인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승인 요구조건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며, 미국은 한단계 더 나아가 특정 중국 팹(반도체 제조 공장)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서 라이선스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29일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네덜란드가 대(對)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보다 강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구형부터 신형 모델까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모든 장비의 중국 수출길을 막아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한층 더 옥죄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네덜란드가 30일(현지시간) 반도체장비 업체인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승인 요구조건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특정 중국 팹(반도체 제조공장)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서 라이선스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미국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원투 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네덜란드의 수출 규제 조처는 지난 1월 27일 미국·네덜란드·일본 정부의 대중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 합의에 따른 것이다. 시행 시기는 오는 9월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그동안 수출을 허용했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도 예고한 바 있다. 당초 DUV 노광장비 가운데 신형 제품만이 규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구형 제품까지도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로 중국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UV 노광장비는 7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 칩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는 장비다. 전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DUV는 이보다 전 단계 기술이지만 여전히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활용도가 높다.

네덜란드가 DUV 노광장비 수출까지 제동을 거는 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가 지난해 EUV 장비가 아닌 DUV 장비를 이용해 7㎚ 반도체 칩 생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놀란 미국은 지난해부터 네덜란드에 DUV 장비의 대중 통제를 요구해왔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앞으로 6개의 중국 공장에 장비를 수출하려면 허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6개 공장에는 DUV로 7㎚ 생산에 성공했던 SMIC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허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원칙상 승인이 쉽게 나지 않아 사실상 금수 조치로 해석된다. ASML의 장비 역시 미국산 부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규정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자 중국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천난샹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 콘퍼런스’ 개막식 연설에서 “일부 국가의 지정학적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격동의 시기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와 미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많은 정부의 개입이 있고 많은 정치적 콘텐트도 중간에 끼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 지난 3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화가 죽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다만 미국 등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천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비 업체들을 향해 “YMTC는 반도체 장비들을 다시 구매할 수 있는 공정한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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