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좌석 글씨체만 달랐던 대곡·소사 개통식..."대통령 총선 개입"

류승연 입력 2023. 6. 30. 16:33 수정 2023. 6. 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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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제외 논란 커지나 "실무적 착오" 해명, 국힘 원외위원장은 초대...선관위 조사·운영위 개최 요구

[류승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개통 기념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몰래 개통식, 국민 속이겠단 심보"
"여당의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행사로 기획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참석한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 개통식을 두고, 경기도 고양·부천시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내린 평가다.

주최 측인 국토교통부가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거진 '야당 패싱' 논란에 "사무직원의 업무 실수"였다면서 급하게 고양 지역구 야당 의원들을 다시 초청한 것만 해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국토위원들은 물론, 김현아(고양정)·김종혁(고양병) 등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도 '주민' 자격으로 초대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다른 야당 국토위원들, 특히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까지 초대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국토부의 행사 초청 기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개통식에 참석했다 이 사실을 확인한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이 이번 개통식을 내년 총선을 대비한 사전선거운동 성격으로 진행했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사실상 대통령의 총선개입"이라면서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당에선 원외당협위원장까지 초대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이용우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김상희(부천시병)·김경협(부천시갑)·서영석(부천시정)·이용우(고양시정)·한준호(고양시을)·홍정민(고양시병) 의원 등은 이날(30일) '소사-대곡 구간 몰래 개통식 규탄 의원모임' 명의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축제의 날을 국민의힘 잔치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장관은 서해선 소사-대곡 구간 개통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온 야당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과 지지자들만 불러 지하철 역사도 아닌 체육관에서 몰래 개통식을 진행하려 했다"며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민주당 경기도지사와 부천시장, 고양·부천시 국회의원들 몰래 자기들끼리 성과를 독점하고 국민을 속이겠다는 심보가 아니면 설명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대곡-소사 구간 개통 성과를 약탈해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려 했다"면서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의 대국민 사과 그리고 이번 사태와 관련된 대통령실 관계자의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선관위를 향해 "개통식을 내년 총선에서 고양·부천시 출마를 염두에 둔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위한 행사로 전락시킨 것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인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즉각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뒤늦게 초대된 야당 의원 빼면 국힘 행사"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급조한 것인지 의자에 붙은 이름표를 보면 (야당 의원) 네 명 의자에서만 글씨체가 달랐다"고 말했다. 오른쪽 김영식 고양시의회의장(국민의힘) 이름표와 왼쪽 한준호 민주당 의원 글씨체가 확연히 다르다.
ⓒ 김지현
 
이번 사안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한준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전에 개통식이) 대통령 행사로 진행된다고 해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 전부 개인정보를 대통령 비서실로 넘긴 상태였다"라며 "그런데 초대 당일 저녁 갑작스럽게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지 말라'고 불참 통보를 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어제 마침 국토위가 있어 원희룡 장관에게 물어봤다. '장관 지시냐, 대통령실 지시냐'고 했더니 '국토위 사무관의 실무적 착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만약 그랬다면 당초 초대조차 이뤄지면 안 됐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한 의원은 "여당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사전에 초대해놓고 야당 의원들은 항의를 받고서야 그나마 고양시 지역구 의원들만 초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의 좌석에 부착된 '이름표'의 서체가 달랐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국토부가) 처음엔 저랑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국토위 소속 의원만 오라고 하다가 결과적으론 이용우·홍정민 의원만 와도 된다고 해서 (개통식에) 들어갔다"며 "그런데 (행사에) 가니까 김기현 대표와 국토위 소속 여당 의원들, 고양·부천시에 있는 당협위원장 모두가 초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알고 왔냐'고 항의하니깐 '어젯밤(29일) 초대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의자에 붙은 이름표가 저희 (야당 의원) 네 명만 글씨체가 달랐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운영위 개최를 주장했다. 그는 "오늘 행사에서 민주당 의원 3명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민의힘 당 행사가 된다"며 "대통령까지 참석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사안이자 총선개입이다. 국회가 운영위원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한편, 심상정 의원 역시 이날 행사 참석 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행사가 애당초 고양시의 국민의힘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행사로 기획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당 대표를 초청한다면 여야 불문하고 공정하게 초청해야 하지 않겠냐, 국토위 의원을 초청한다면 야당 의원들도 초청해야 하지 않겠냐"며 "그러나 저는 야당 대표와 야당 국토위 의원들이 초청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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