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람 아닌 AI는 발명자 될 수 없다"…미·유럽은 어떻게?
법원이 특허를 출원할 때 인공지능(AI)은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미국 국적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씨가 특허청을 상대로 낸 특허출원 무효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30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허법 문헌 체계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으로 명시돼 있고 이는 자연인만을 의미하는 게 분명하다고 본다”면서 “법령상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독자적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발명할 만한 기술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출원한 특허의 발명 과정에서도 상당 부분 인간이 기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했는데 “소수 기업의 AI 기술 독점, 법적인 책임 불분명 등 문제점이 공존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테일러씨는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를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총 16개국에 출원했다. 아시아 국가 중엔 2020년 3월 한국을 상대로 처음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AI가 ‘자연인’이 아니라며 다부스가 출원한 특허 2건에 대해 무효 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후 특허청은 지난해 2월 테일러측에 출원자를 AI가 아닌 자연인으로 바꾸라며 보정 요구서를 보냈지만 테일러는 이를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출원인을 사람으로만 적을 수 있다는 (특허청의) 전제는 기술 발전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근본적으로 특허법이 AI의 발명 행위를 예상하지 않았단 점에서 어떤 규정을 근거로 삼더라도 법률 공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AI의 발명자 권리를 주장하는 이른바 ‘DABUS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과 영국은 DABUS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 출원을 거절하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유럽과 호주는 AI의 특허 출원 무효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특허를 출원한 16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거절했다”며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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