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택배노동자들의 수입은 처참합니다
특수고용노동자가 월 20일 일하고 천만 원 넘게 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진짜일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8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 97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업종에 상관없이 개수임금제, 공짜노동, 각종 부대비용 및 본인 부담금 발생, 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 <기자말>
[김태완 기자]
▲ 택배 노동자. |
ⓒ 픽사베이 |
현장의 택배노동자들은 "나 이번 달에 얼마 찍었어"라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나 이렇게 열심히 일했어'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는 착시다. 택배노동자들의 수익은 매출과 순소득으로 구분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이기에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매출이다. 매출에서 경비를 제외해야 실절적인 임금이라 할 수 있는 순소득이 된다.
대개 경비는 매출의 21% 정도이며 차량감가상각비 등까지 하면 30%에 가까워진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택배노동자 2021년도 월평균 총수입(매출)은 431만 원, 매출에서 경비를 제외한 순수입은 342만 원이다.
경제 위기... 업무 비용이 늘어났다
경제 위기 경비 증가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항목은 기름값, 물가다. 기름값 상승은 경비 증가의 직격탄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의 말에 따르면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 가까이 비용이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식대 간식비 또한 상승했다. 택배노동자들은 매우 높은 강도의 육체노동을 하기에 보통 사람들 보다 2~3배 많이 먹는다. 아침 일찍부터 밖에서 일하기에 하루 세 끼를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고스란히 경기가 늘어나는 것이다.
물량 감소 또한 택배기사를 고통받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택배사들은 물량확보를 위해 저단가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도 지난 5월부터 단가경쟁에 뛰어들었다. 쿠팡의 진출로 CJ대한통운의 물량점유율이 영향을 받고 있고, 롯데, 한진간의 물량확보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50% 점유율에서 45%로 다시 35%로 물량 감소가 두드러진다(통합물류협회 23년 3월 발표자료 분석). 코로나 팬데믹 종료, 쿠팡의 택배업 진출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오네', 알리바바 등 신사업을 확대했고, 주 6일 운영하던 허브를 부분 가동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또, 택배요금인상 등으로 수익성을 증대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0.9% 증가한 990억 원, 순이익은 53.6% 늘어난 484억 원을 기록했다.
▲ 택배 터미널에서 배송을 떠나는 차량들. (출처: 민주노총 유튜브 채널 갈무리) |
ⓒ 민주노총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의 구조 등으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은 요금 인상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오히려 물량 감소, 거래처 이탈에 따른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택배노동자의 수수료(소비자가 내는 '택배요금' 중 택배기사 몫으로 떨어지는 몫)는 20년 넘도록 사실상 오르지 않았다. 택배노동자의 수수료는 택배요금 중 택배사별로 급지수수료를 정하고 있다. 택배사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합산해 해당 대리점에 지급하고 대리점이 자신들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택배노동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택배사들의 저단가 경쟁 등으로 인해 택배요금이 하락해왔고(예를 들어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평균 택배비는 2001년 건당 3200원 정도였으나, 2019년엔 오히려 2269원까지 내려갔다) 자연히 급지수수료가 오르지 않았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택배노동자의 건당 수수료는 사실상 하락해왔다. 이렇게 되니 생계비를 메우기 위해 택배노동자들은 하나라도 더 많이 배송하려 하게 됐고, 과로가 보편화됐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는 것이다. 많은 물량을 배송하는 건 장시간 노동, 과로사의 원인이 되었다.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는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달리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노동조건의 열악함과 과로사 조장을 막을 수 없다.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은 법제도적으로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적정물량-적정수수료-적정노동시간을 정하는 택배안전운임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지난 사회적 합의에서 이 문제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라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후 해결 과제로 택배산업의 '거래구조'를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합의를 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사회적 합의 이행점검도 부실하고, '거래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 테이블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다.
물가 폭등, 기름값 폭등으로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최근 폭등세가 누그러졌다고 하지만 한두 해 전에 비해 이미 상당히 올라 있는 상태다.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요금이 인상되도 여전히 인상되지 않는 택배사별 급지수수료, 다른 기업의 택배업 진출로 인한 물량감소,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퇴행적 행태로 인해 전례 없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택배사 급지수수료 인상, 택배안전운임제 도입, 노조법 2·3조개정의 요구를 들고 민주노총과 함께 7월 총파업에 함께 할 것이다. 7월 3일 택배노동자 대회를 시작으로 택배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안정적인 삶을 쟁취하고자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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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이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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