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단 첫 꼴찌? 물오른 한화와 역사적 '꼴찌 전쟁'
[이준목 기자]
한국 프로야구(KBO리그) 역사상 최장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꼴찌를 기록해보지 않은 팀은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삼성 라이온즈다. 1982년 프로 출범 원년부터 팀명과 마스코트, 모기업을 모두 그대로 지켜오고 있는 삼성은 KBO리그에서 무려 41년째 정규시즌 최하위 기록이 한 번도 없는 유일무이한 구단이다. 이는 통산 8회의 우승(역대 2위)과 더불어 삼성 팬들이 가장 자랑스워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 '아, 이런'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경기. 8회말 2사 상황에서 LG 박동원이 친 타구를 삼성 이성규가 잡으려다 놓치고 있다. 타자주자는 3루까지 진루. |
ⓒ 연합뉴스 |
삼성은 최근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 삼성은 지난 6월 9~11일 롯데와의 주말 홈 3연전(2승 1패) 위닝 이후 최근 5번의 3연전 시리즈에서 모두 루징을 당하는 수모를 이어가고 있다. 약 2주 만에 부산 원정에서 다시 만난 롯데(6월 27~28일)에게도 내리 2연패를 당했던 삼성은 지난 29일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스윕패의 위기는 간신히 면했다.
삼성은 지난 22일부터 한화와 자리를 바꾸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삼성이 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을 기준으로 꼴찌가 된 것은 2018시즌(최종순위 6위) 5월 14일 이래 무려 1865일 만이었다.
KBO리그 역사에서 삼성이 차지해온 비중을 감안하면, 최하위를 걱정해야 하는 현재의 위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삼성은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1996시즌에 기록했던 6위(54승 67패 5무, 8개 구단 체제) 승률 0.448이 역대 최저순위-승률이었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리그 5년 연속 1위-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왕조로 군림했다. 하지만 왕조의 최전성기가 저물자마자 곧바로 혹독한 암흑기가 찾아왔다.
삼성은 2016시즌 10개 구단 체제에서 창단 이래 첫 9위(65승 1무 78패)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했다. 이듬해인 2017시즌에도 순위는 똑같이 9위(55승 5무 84패)이었지만 승률은 .453에서 .396으로 더 하락하며 1996년 이후 11년 만에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저승률-첫 3할대 승률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또 경신했다.
또한 삼성은 2016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5년 연속(9-9-6-8-8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1994-1996시즌의 3년 연속을 뛰어넘어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갱신하고 말았다. 그나마 2021시즌에는 KT와의 1위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반등했으나, 지난 2022시즌 다시 7위로 추락했다.
그나마 암흑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용케 꼴찌만은 피해왔던 삼성이지만, 올해는 그 자존심마저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 하필 지난 3년 연속 KBO리그 부동의 꼴찌를 독점해왔던 한화 이글스의 기세가 최근 만만치 않다는 것도 삼성에게는 악재다.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8일 kt 위즈전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
ⓒ 한화 이글스 |
한화는 지난 21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부터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종전 지난 2019년 9월16일 삼성전부터 26일 NC전에서 6연승을 달성한 이후로는 무려 1371일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의 다음 상대가 바로 한화다. 삼성은 30일부터 대구에서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사실상 하위권의 판도를 결정 지을 꼴찌대첩으로 불린다.
삼성은 한화에 2018년 이후 최근 4년 연속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해왔으며, 특히 지난 2022시즌에는 12승 1무 3패로 압도하며 9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양팀이 4승 4패로 팽팽한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한화는 더 이상 만만한 팀이 아니다. 외국인 원투펀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와 문동주로 이어지는 강력한 1~3선발을 구축했다. 타선도 이진영, 김인환, 노시환, 채은성의 상위타선에 새로운 4번타자 닉 윌리엄스가 가세하며 물방망에서 벗어나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다. 지금의 삼성 전력으로는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반면 삼성은 현재 5연속 루징시리즈와 더불어 '연승'도 실종됐다. 마지막 연승이 지난 10~11일 롯데를 상대로 거둔 2연승이었고, 이후 최근 14경기에서는 불과 2승을 추가하는 동안 5연패 2번, 2연패 한 번을 기록했다. 최근 부진하던 오재일과 오승환-우규민 등 베테랑이 2군에서 컨디션을 가다듬고 복귀했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얼마나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으로서는 이번에 한화를 스윕한다고 해도 당장 순위는 바뀌지 않지만, 역으로 만일 여기에서도 루징 혹은 스윕까지 당하여 오히려 격차가 벌어진다면, 사실상 일찌감치 최하위가 굳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한화도 삼성만큼이나 탈꼴찌가 절실한 이유가 있다. 삼성이 창단 이래 한 번도 꼴찌를 경험해보지 못한 팀이라면, 한화는 바로 프로야구 '역대 최다 꼴찌팀'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2022시즌까지 구단 통산 9번의 꼴찌로 롯데 자이언츠와 이 부문 최다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1986년 전신 빙그레로 창단했던 한화는 암흑기기 시작된 2009년에 창단 첫 꼴찌(8위)를 기록한 이후 불과 14년 만에 무서운 페이스로 롯데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화는 만일 올시즌까지 꼴찌를 기록한다면 롯데를 뛰어넘어 단독 1위이자 KBO리그 역사상 전대미문의 '첫 두 자릿수 꼴찌'라는 불명예 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화가 한창 암흑기에 접어들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중반은 삼성이 한창 왕조를 구가하며 최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이기도 했다. 두 팀은 2006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적도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두 팀 모두 탈꼴찌를 놓고 다투는 신세가 됐다는 게 공교롭다. 확실한 것은 '첫 번째이든, 10번째이든' 삼성과 한화 둘 중 누가 2023년의 꼴찌로 등극하더라도 KBO리그에 새로운 역사가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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