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퀴퍼 가시는 분들, 이 글부터 공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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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기자]
7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축제는 대한민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명절이라고 표현할 만큼 빠질 수 없는 연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만 명 규모의 시민이 찾아오는 전국 규모의 행사가 됐다.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2022년 7월 16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오프라인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된 건 코로나19 이후 3년만이었다. 지난해 퀴퍼 자료 사진. |
ⓒ 소중한 |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축제는 제대로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못난 행정을 바로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퀴알못' 오세훈 서울시장도 한 번에 이해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 꿀팁 대방출! 되시겠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이 글은 퀴어문화축제 베테랑 참가자에게 색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처음 방문하게 될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서 그렇다. 넓은 선배의 마음으로 양해를 해주시기 바란다. 올해 처음 축제에 참여하는 가까운 지인에게 공유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꿀팁1] 농담 아님, 건강을 챙기시라
첫 번째 꿀팁은 바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초장부터 싱거운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백 번을 강조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현장의 더위를 얕잡아 본다면 퍼레이드나 마무리 공연은 고사하고 부스 몇 개 돌다가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축제 당일 최고 기온은 무려 34도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미 서울 전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6월 30일 기준). 한정된 장소에 많은 사람이 운집하기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더위 먹는 일이 없도록 각자 필요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때문에 수분 보충과 온열 질환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 물이나 이온음료를 챙겨 가지고 다니면서 목이 마를 때마다 수시로 마실 것을 권장한다. 화장실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울 도심에서 진행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개방 화장실이 많이 있다. 또한 조직위원회에서는 축제 장소 출입구 부근에 성중립 화장실까지 설치한다. 마음껏 마시고 편하게 화장실에 가시면 된다.
온열 예방 질환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행사장 근처 그늘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있지만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는 실내 공간을 찾아 피서하는 방법도 있다.
을지로 인근에는 개방 화장실 못지않게 많은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는 생애 처음 축제에 갔을 때 지나치게 들뜬 상태에서 광장을 계속 빙빙 돌다가 결국 더위를 먹어 며칠을 고생했다. 경험에서 나온 만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팁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매년 조직위원회에서는 의료 지원 부스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의무실, 심리지원팀, 구급차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축제 도중에 의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의료 지원 부스를 방문하기를 바란다.
[꿀팁2] 부스 구경은 점심시간 전후로
다음은 부스에 대한 팁을 소개할 차례다. 먹거리 아니면 전통 체험 부스로 획일화된 다른 축제와 달리 퀴어문화축제는 각자 다채로운 개성과 프로그램을 갖춘 부스들이 즐비하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 부스는 60여 개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개인적으로 점심시간 전후 시간대에 도착해서 부스를 구경하는 편을 추천한다.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부스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인파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탐났던 굿즈가 이미 소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프로그램 체험을 위해 긴 대기 줄을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역시 눈물 어린 경험에서 나온 팁이다.
[꿀팁3] 제대로 즐기려면 편한 신발을
부스를 돌아보았다면 이후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행진에 참여할 시간이다. 서울 도심을 행진하면서 자신의 개성과 자긍심을 뽐낼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 소품을 준비한다면 신나는 행진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행진 차량이 있는 만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량을 고른다면 더욱 신나는 행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행진에서 발 편한 신발은 필수품이다. 생각보다 긴 거리의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한다. 나는 첫 행진 당시 하이힐을 신었다가 물집으로 또 며칠을 고생했다. 물론 아름다움을 위해 참겠다면 말릴 수가 없다. 당시에는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행진에서 돌아오면 무대에서는 공연이 진행된다. 마무리 공연까지 신나게 즐기고 나면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마무리된다. 부스가 운영되는 시간에도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과 함께 연대하는 기관과 단체 대표자의 울림 있는 발언도 이뤄진다. 부스를 돌아보면서 공연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신나는 멜로디에 저절로 춤을 추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될 것이다.
[꿀팁4] 직접 대응하지 말고 도움을
마지막으로 전하는 꿀팁은 반대집회 참가자 대응 방법이다. 우선 무시하고 즐기자. 부끄러운 고백을 연이어 하자면 나는 처음 축제 방문 당시 혹시라도 있을 혐오성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명목으로 호신용품과 호루라기를 챙겨 갔다. 미디어로 본 반대집회 참가자의 공격성에 지레 겁을 먹었던 터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반대집회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가 훨씬 많았을 뿐만 아니라 축제를 즐기느라 정작 그들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행진 출발 지점에서 맹목적인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 소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니까 대체로 그들을 무시하고 즐겨도 좋다. 기분 좋은 날 화를 내서 좋을 일이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다짜고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거나 위협적으로 구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하다. 허락 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축제 장소에 난입하여 난동을 부리는 반대집회 참가자가 있다면 경찰과 조직위원회에서 적절히 조치를 취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올해는 무지개네컷도 찍을 수 있다. |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서울퀴어퍼레이드가 끝나면 항상 짙은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어느샌가 내년 축제를 기다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무더운 날씨의 주말에 에어컨 켜둔 방 대신 평등과 사랑을 옹호하는 을지로2가에 모일 결심을 한 당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장담한다. 후회 없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부족한 팁을 보충하기 위해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서 온라인 웹사이트에 게시한 축제 팸플릿 링크(https://www.sqcf.org/publication)를 공유한다. 지면의 한계로 소개하지 못한 부스나 퍼레이드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확인할 수 있다.
혹시라도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기를 바란다.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성 차별과 혐오가 섞이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답변할 용의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께서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댓글을 달아주시라. 편견 없이 답변을 해드릴 테니 말이다.
그러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같이 신나고 슬기롭게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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