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도시 中공장이 왜?…"스파이짓 할라" 美가 투자 막은 이유
미국 중북부에 있는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는 인구 5만 8000명의 소도시다. 농업 지역인 만큼 일자리도 귀하다.
때문에 지난 2020년 중국 최대 비료·전분 생산 기업인 푸펑(阜豐) 그룹이 이 지역에 7억 달러를 투자해 옥수수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히자 지방 정부와 주민들이 환영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해당 부지가 미군 기지에서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란 점이 부각됐고 중국의 군사시설 정탐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이 작은 도시에 벌어진 일이 미국에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해 집중 조명했다.
푸펑 그룹은 2020년 초 미국 내에선 처음으로 옥수수 습식 제분 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다. 습식 제분은 곡물을 가공하기 전 물에 담가 전분을 분리해내는 방식이다. 전미옥수수가공정제협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판매량은 470억 달러에 달한다. 푸펑그룹은 브라질 등에서 수입해 오는 습식 제분을 미국에서 자체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푸펑 그룹이 투자를 확정하자 그랜드포크스시는 “위대한 날”이라며 환영했다. 토지 오염, 보조금, 농지 사용 용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시는 지난해 5월 최종 계약을 성사시켰다. 푸펑 측은 1에이커(1224평)당 2만6000달러(약 3500만원)에 땅을 사들였다. 수백 개의 일자리와 일주일에 열차 화물칸 180개를 채울 수 있다는 생산량도 약속했다.
순조로워 보였던 공장 건설은 해당 부지가 미 공군 기지에서 멀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공장 부지에서 12마일(1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랜드포크스 공군기지는 항공전투사령부 산하 319 정찰부대로 미군 무인 정찰기 RQ-4 글로벌호크와 공중 급유기 KC-135가 배치돼 있다. 핵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 대응을 위한 중앙 방공 센터도 가동중이다.
이같은 논란에 푸펑 측은 “공장은 옥수수를 갈아 가축 사료의 원료를 만들기 위해 설계됐다”며 “푸펑 그룹은 어떤 정부, 정당, 공무원과도 아무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공군 측은 지난 1월 “공장 건립은 장단기적 위험을 모두 안고 있으며, 국가 안보의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이 공군의 명확한 견해”라는 입장을 케빈 크레이머 미 노스다코타주 상원의원(공화당)에 전달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중국 정찰기의 미 영공 상공 침범 사건이 벌어지자 그랜드포크스시는 정찰기 격추 이틀 만에 공장 건설을 철회하기로 했다.
크레이머 의원은 “푸펑의 투자가 공군 기지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이용하기 위해 이뤄졌을 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지난 5월 미 재무부는 미국 주요 군사시설 반경 100마일(160km) 이내에 중국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관련 부처에 요청했다. 노스다코타주는 올해 캐나다인을 제외한 외국인의 농지 매입을 금지했다. 푸펑 그룹은 다른 주에서 대체 부지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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