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가요 뷰] 임영웅도 빌보드 차트 입성…멜론, 데이터 반영과 차트 개편의 명암
아이돌 그룹에 이어 트로트 가수까지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시대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빌보드가 발표한 6월 24일자 최신 차트에 따르면 임영웅의 싱글 ‘모래 알갱이’가 빌보드 글로벌(미국제외) 차트에서 102위를 차지했다. 이번 주 역시 111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2주 연속 차트인했다.
빌보드 글로벌(미국제외)은 2020년 9월 개설된 차트로, 전통적인 방식의 방송 점수 등을 포함하지 않고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지역)의 스트리밍과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 매긴다. 그간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뉴진스, 아이브 등 아이돌 그룹들이 진입한 적은 있지만 트로트 가수가 이 차트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이는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인 멜론의 데이터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 멜론은 지난 13일부터 멜론의 음악 감상 데이터를 ‘빌보드 사우스 코리아 송스’(South Korea Songs)와 ‘빌보드 글로벌 200’(Billboard Global 200),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차트 ‘빌보드 글로벌’(Billboard Global Excl. US)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로서는 최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음악 차트와의 협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멜론의 데이터가 반영되면서 한국 음악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음악 시장의 감상 데이터 현황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것과, 그간 국내용 가수에 머물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대중적인 음악 차트에 진입하도록 하면서 이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간 국내 음원 차트에서는 막강한 경쟁력을 보였지만, 빌보드 차트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곡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멜론은 빌보드 차트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시기 차트를 일부 개편했다. 멜론은 그간 ‘탑 100’과 ‘최신 차트’의 두 가지 지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현재는 최신 차트의 명칭을 ‘핫 100’으로 변경했다. 또 24시간 이용량 50%와 1시간 이용량 50%를 동일하게 가져가던 기존 집계 방식을 1시간 이용량 100%로 전환했다.
이번 차트 개편은 유튜브 뮤직의 약진을 의식한 것이라는 업계의 해석도 나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유튜브 뮤직 앱 사용자 수는 52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400만명보다 121만명이 증가했다. 국내에서 유튜브 뮤직에 이어 사용자 수가 많은 음악 스트리밍 앱은 멜론이다. 지난 4월 이용자는 459만명인데, 지난해 동월 450만명에서 단 9만명 늘었나는데 그쳤다.
문제는 이 차트는 과거의 실시간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실시간 순위가 폐지된 이유가 사재기, 총공에 따른 의도적 차트 교란 때문이었는데 이번 개편은 실시간 순위로의 회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아이돌 팬덤과 충성도가 높은 트로트 팬덤의 활동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장르 음악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장르의 다양성이 침해되고, 차트의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가요 관계자는 “기존 최신차트가 ‘핫100’으로 변경이 된 것은 빌보드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다. 국내 음악 감상 데이터를 빌보드 차트에 반영하는 것 자체로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들을 동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이 차트가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지다. 만약 사재기와 총공 등이 부활해 왜곡된 데이터가 반영이 된다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멜론 차트의 개편은 양날의 검과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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