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트러블 사전' 외 5권
◆트러블 사전=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흥미로운 캐릭터는 언제나 ‘트러블’을 안고 있다. 인물이 손쉽게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건 재미도, 감동도 없기에 능숙한 작가는 캐릭터를 갈등 상황에 몰아넣어 몰입도를 높인다. 지금껏 여러 권의 작법서를 펴낸 저자가 이번 책에선 통제할 수 없는 문제 상황을 조명한다. 자아나 관계에 얽힌 고민,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사고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몰아세울 만한 115가지 트러블 유형을 소개하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방법을 전한다. 중심 플롯과 서브플롯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법, 클라이맥스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는 법 등 아이디어를 매력적인 스토리로 구성하는 글쓰기 팁도 담았다. (안젤라 애커만 외 1명 지음·윌북)
◆아파트 속 과학=아파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거 공간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말이 존재할 정도다. 전체 주택의 2/3가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 이해도는 재테크 가치에 편향된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의 지닌 과학적 맥락에는 무지한 경우가 많다. 과학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과학의 관점에서 아파트를 분석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이 왜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짧은지, 60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마저 왜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2000년대 초반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새집증후군이 대두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홍재 지음·어바웃어북)
◆최고의 결정=저자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후 약 10년간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골드만삭스 공동회장,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씨티은행 회장을 역임했고, 빌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을 맡았을 당시에는 루비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존경받는 미 재무장관’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그가 소개하는 전략적 의사결정법을 담았다. 저자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전쟁, 가속되는 기후변화, 민주주의 시스템의 약화 등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세계가 도래했다고 경고한다.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쉽게 배제되지만 그럼에도 간과해선 안 될 요소들을 일깨운다. (로버트 루빈 지음·알에이치코리아)
◆셰익스피어 카운슬링=과거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인 작가,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에게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인물은 셰익스피어. 매력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이후 주인공의 고민과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용기와 지혜를 얻는 이야기의 힘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탈리아 출신 철학 교사인 저자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힘을 길어낸다. 저자는 이야기에 얽힌 사랑, 질투, 애도, 분노, 배신 등 다양한 감정 속에서 고통과 슬픔의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내면의 힘이 길러진다고 강조한다. (체사레 카타 지음·다산북스)
◆그 책은=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와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쓴 책 이야기다. 책을 사랑하는 왕에게 두 사람이 13일 동안 들려주는 52권의 책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을 사랑하지만 나이가 들어 더는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왕의 명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진귀한 책 이야기를 수집하는 두 사람이 1년의 방랑 끝에 돌아와 전하는 이야기는 다채롭다. 이야기는 때론 싱겁기도, 실소가 터지기도, 어린 시절 아련함을 떠올리게도 한다. 개그맨 이력을 지닌 마타요시 나오키가 전하는 유머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김영사)
◆권력과 진보=지난 25년간 번영과 빈곤의 역사적 기원과 새로운 기술이 경제 성장, 고용,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저자의 ‘권력·진보’ 탐구서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는지, 기술이 어떻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치밀한 논증의 토대 위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이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부정하며 기술 진보로 일궈낸 번영이 결코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거침없이 질주하는 기술 발전의 경로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선택’에 관한 대담한 통찰을 전한다. (대런 애쓰모글루 지음·생각의힘)
◆제주도우다=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된 4·3의 진실을 담은 소설 ‘순이 삼촌’을 펴내 주목받은 소설가 현기영의 신작 소설이다. 4·3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주인공 ‘안창세’의 입을 빌려 젊은 세대에게 당시의 참상을 전한다. 소설이 조명하는 시기는 태평양전쟁 발발 후 일제의 압박이 극에 달하던 1943년부터 4·3사건이 발생하고 토벌이 이뤄진 1948년 겨울이다. 해방 이후 새 나라 건설의 꿈에 벅찼던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열망과 좌절의 역사, 국가 폭력에 내몰려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문학의 힘을 빌려 빗어냈다. 곳곳에 인용된 제주 전설과 설화는 제주의 역사와 풍속을 이해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현기영 지음·창비)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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