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목격설, 푸틴 코앞서 잠복? 모자·마스크 써도 티 났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인물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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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푸틴 코앞에 잠복했나
러시아 현지 매체 폰탄카는 이날 오후 프리고진으로 보이는 남성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변 앙글리스카야 제방 헬기장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이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 남성은 검은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정확히 식별할 수는 없었지만, 베이지색 티셔츠가 이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착용했던 것과 흡사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매체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는데, 지난해 가을 바그너그룹 용병 장례식에서 프리고진과 함께 있었던 남성과 매우 닮았다고 했다. 또 헬리콥터 세부 정보를 확인한 결과 프리고진과 관련된 회사의 소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프리고진이 망명지인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다. 다만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이날 오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간 뒤, 밤엔 러시아로 출발했다는 추정도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만약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아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코앞에 있는 셈이라 의문점이 생긴다.
프리고진은 반란 사태 이후 러시아 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신변도 위험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사업을 인수하는 절차에 나섰고, 프리고진은 러시아 비밀요원에 암살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란 당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죽이려 했지만 말렸다고 전했다.
'반란 연루설' 수로비킨 거취 관심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알려진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이 심문을 받은 후 석방됐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29일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수로비킨 부사령관이 감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프리고진과의 관계를 심문받고 있지만, 수사관들이 그의 군 경력을 고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수로비킨의 딸은 아버지에게 아무 일도 없다고 강조했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수로비킨에 대해선 국방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 국방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수로비킨 부사령관이 체포됐고, 그가 반란 당시 프리고진의 편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수로비킨 부사령관 등 러시아군 핵심 인사가 바그너의 반란을 묵인, 방조했거나 지원했을 경우 러시아군 수뇌부 내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가 돼 수로비킨 부사령관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환영 인파 모습 공개
푸틴 대통령은 반란 후폭풍을 수습하려는 듯연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반란이 중단된 지 사흘 만인 27일부터 적극적으로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27일 크렘린궁 광장에서 보안군·국가근위대 등을 상대로 공개 연설을 하고, 28일엔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데르벤트를 방문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는 데르벤트 시내에서 자신을 환영하는 수많은 인파에 다가가 악수하고 사진 찍는 영상을 공개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이토록 많은 군중과 친밀한 모습을 보여준 경우가 거의 없었다"면서 "자신이 여전히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한 이미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29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내 기술 박람회에 참석해 새로운 안면 인식 기술과 첨단 프린터를 둘러보며 농담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평소와 다름없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권력과 여론의 통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 러시아 내 민심은 동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길 원하는 러시아인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29일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러시아 거주자 163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2~28일) 결과,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53%로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이후 협상을 지지하는 응답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레바다센터의 데니스 볼코프 국장은 블룸버그에 "러시아인들은 반란 사태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큰 좌절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전쟁이 최대한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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