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美 프로테오반트 인수…"표적 단백질 분해기술 확보"
미국 내 연구거점 확보
SK바이오팜이 미국의 바이오벤처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인수한다. 프로테오반트는 SK㈜와 로이반트의 합작사로, SK바이오팜은 이번 인수로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argeted Protein Degradation·TPD) 기술과 미국 내 연구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SK바이오팜은 프로테오반트의 지분 60%에 해당하는 4000만주를 로이반트로부터 4750만달러(약 620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지분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7월17일로, 양사는 내달 초 양수도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분 취득에 사용되는 금액은 SK바이오팜의 지난해 연결재무재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9.6%에 해당한다.
프로테오반트는 SK㈜와 미국의 바이오벤처 로이반트가 2020년 설립한 합작사로, TPD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SK바이오팜의 설명이다. TPD는 체내의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했는데, 이 같은 방법으로는 질병 원인 단백질 중 일부만이 신약으로 개발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TPD는 단백질을 분해하므로 어떤 단백질이든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합작사 설립 당시 SK㈜는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프로테오반트의 지분 40%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 60%는 로이반트가 보유 중이었는데, SK바이오팜이 이번에 이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서 SK㈜와 SK바이오팜이 프로테오반트의 지분 전량을 확보하게 됐다. 합작사 설립 당시 SK㈜가 투자한 금액과 SK바이오팜이 이번 지분 취득에 사용한 자금을 더하면 약 2800억원을 프로테오반트 인수에 사용한 셈이다.
SK바이오팜이 프로테오반스의 인수에 나선 건 TPD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연구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앞서 SK바이오팜은 2021년 성장 전략으로 연구개발(R&D) 혁신과 모달리티 확장을 제시했다. 정지영 SK바이오팜 재무본부장은 "가용 투자 재원과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수준에서 지금이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개발 플랫폼 관련 기술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은 신약 개발의 새로운 모달리티 중 가장 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단번에 글로벌 수준의 TPD 플랫폼 관련 기술과 리서치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프로테오반트의 인수 이후 운영을 위한 자금력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SK바이오팜의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SK바이오팜은) 현재 약 7500만달러(약 1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2년 이상 추가적인 자금 투입 없이 (프로테오반트의)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바이오팜이 프로테오반트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선 만큼 자회사로 편입돼 기업 실적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인수 이후부터는 프로테오반트의 실적이 SK바이오팜의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3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올해 4분기 중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정 본부장은 "4분기 일부 파트너링 수익을 기대하고 있어 기존 4분기 분기기준 흑자 전환 목표는 유지할 것"이라며 "R&D 과제 효율화와 기존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와의 협업 등을 통해 연간 총비용을 판관비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 3000만달러(약 400억원) 이하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테오반트의 인수 관련 비용은 오는 3분기 중 반영될 예정이다.
한편 SK바이오팜은 내달 중순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중장기 성장 전략과 신제품 출시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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