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코란 소각 사태 일파만파…에르도안 “오만한 서방 가르칠 것”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위한 최종 관문으로 여겨졌던 7월 나토 정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일어난 스웨덴의 코란 소각 시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헝가리마저 비준을 미루겠다고 나서는 등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코란 소각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오만한 서양인들에게 이슬람의 신성한 가치를 모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이런 일을 허용하고, 악행에 눈 감고,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에르도안은 그가 언급한 ‘목표’가 무엇을 겨냥한 건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의 메시지는 이슬람의 하계 주요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6월 27~7월 1일)’를 맞아 발표됐다. 앞서 28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이슬람 사원 앞에서 이라크계 스웨덴 국적의 한 남성이 코란을 불태우는 시위를 한 뒤 내놓은 첫 반응이었다. ‘코란 화형식’으로도 불리는 이 강경 시위는 튀르키예를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이 “신성 모독”이라며 극도로 비판하는 행위다.
서방 진영은 행여나 이번 일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엎어질세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란 소각 사건이 있기 불과 이틀 전인 26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와 스웨덴 정상이 7월 나토 회의에서 만나 동맹 가입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터였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공을 들여왔던 미국도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 “(코란 소각은)스웨덴의 이슬람 신자들에게 공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를 비난한다”며 “우리는 스웨덴 정부가 시위를 허가했다고 해서 이 행동을 지지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는 30개 회원국(현재는 31개국) 전원일치로 신규 회원을 받는데,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난항을 거듭해왔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에서 내쫓는 등의 요구 사항을 제시해왔다. 여기다 올해 1월 덴마크의 극우 인사가 스웨덴으로 건너와 반(反)튀르키예, 반이슬람 시위를 벌이면서 스웨덴에 더욱 강경한 입장이 됐다. 결국 올해 3월 튀르키예는 스웨덴을 제외하고 핀란드만 ‘원 포인트’로 나토 가입 승인을 비준했다.
이에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요구에 따라 테러 가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반테러법을 제정했다. 튀르키예는 이번엔 “대선(5월 28일) 기간”이라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런 마당에 코란 소각이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스웨덴의 7월 나토 가입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의 반발에 헝가리도 덩달아 승인을 미루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헝가리 야당 민주연합당의 아그네스 바다이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집권 여당 피데스당이다음 주 끝나는 이번 회기 중엔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표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오는 29~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오르반 총리를 만나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웨덴에 대한 헝가리의 반대 사유는 튀르키예만큼 명확지는 않다. 다만 오르반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발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헝가리는 앞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 때도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3월 “핀란드의 가입을 승인하겠다”고 밝힌 직후 헝가리에서도 신속하게 비준이 이뤄졌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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