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도 처음엔 주저했다…"만나보니 감탄" 장미란 발탁 전말
지난 29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전격 발탁된 장미란 용인대 교수는 처음엔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후보군 중 후순위에 가까웠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검증 초기 ‘장미란’이란 이름이 거론됐을 때는 주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고민스럽긴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0일 “나이가 워낙 젊지 않으냐”며 “자료로만 봤을 때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1983년생인 장 교수는 올해 39세로 다음달 3일 차관에 공식 임명되면 46년 만의 30대 차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 인사들이 장 교수를 만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런 우려는 자연스레 사라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장 교수를 만나고 온 사람은 그의 겸손한 대화법과 진정성에 감탄했다”며 “모두 ‘장미란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공통된 평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렇게 검증을 할수록 장 교수에 대한 평가도 함께 올라간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수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던 장 교수의 삶은 은퇴 뒤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2010년 고려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장 교수는 2012년 2월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2015년 2월 용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용인대 교수로 임용된 뒤 이듬해엔 유학을 떠나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에서 3년간 공부해 스포츠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 용산 참모는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젊은 장관 발탁을 강조해왔다”며 “장 교수의 이력이면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문체부 2차관이 정책 홍보 및 체육·관광을 담당하는 자리인 만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경력뿐 아니라 전문성과 소통 능력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검증 과정에서 장 교수의 공익 활동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 교수는 2012년부터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체육 꿈나무를 지원했다.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민종(유도), 권하림(다이빙), 안재현(탁구) 선수도 장미란재단 출신이다. 장미란재단은 2021년까지 총 68명의 청소년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재단 운영은 깐깐하기로 유명한 장 교수의 부친이 맡아왔다. 지난해 개인 사정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장 교수는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며 재단 운영을 잠시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이 점 역시 장 교수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사례로 봤다고 한다.
장 교수는 29일 문체부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스포츠 현장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공정·상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교수는 2013년 1월 은퇴식에서 “아무 꿈도 없던 중3 여학생이 역도 덕분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제가 받은 것을 돌려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선수 장미란은 교수 장미란에 이어 ‘역대 최연소 체육 행정가’ 장미란이란 새로운 무대 위에 올랐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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