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변화 필요…과거 남북 합의도 선별적 고려해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통일부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과거 남북 합의도 선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통일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바람이 불 거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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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원칙·가치 지향"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교류·협력이라는 통일부의 주요 업무에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따라 통일부도 앞으로 원칙 있고 대단히 가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통일부가 추구할 원칙과 관련해 '자유', '인권', '법치'를 꼽았다.
공식 지명 이튿날부터 통일부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한 셈으로 통일부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부처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통일부가 주요 계기마다 국정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 의견을 표출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지난해부터 대통령실에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김 후보자는 통일부 고유의 기능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자신이 학자로서 주장했던 '외교·통일부' 신설 관련 질문에 그는 "남북 대화·교류·협력 및 통일 방안은 통일부가 맡아서 하고 외교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 김 후보자가 취임해 통일부 개혁을 이끌더라도 남북 대화라는 통일부 고유의 기능이 퇴색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수 정부에서도 돌연 남북 혹은 북ㆍ미 사이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정세가 대화 무드로 급반전할 가능성에 대비한 전문성까지 잃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남북 합의도 선별 고려"
김 후보자는 권영세 현 통일부 장관이 앞세웠던 정권 간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이어 달리기' 기조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관련 질문에 "대북 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변화된 상황에서는 남북 간 합의를 선별적으로 고려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변화된 상황'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지난해부터 역대 가장 잦은 빈도로 도발을 감행하는 현실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사실상 존폐 갈림길에 선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합의는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한데 북한이 이미 남북 합의의 일부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한이 앞으로 합의를 충실히 지키지 못하고 고강도 도발을 하면 정부도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도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9·19 합의의 효력 정지가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고, 통일부는 합의 효력 정지 시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전단 살포 등 심리전을 재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통일 시나리오 검토"
김 후보자는 올해 초부터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서 주도해왔던 신(新)통일 구상 마련 작업과 관련해선 "1체제 2국가론, 2국가 1체제론 등 다양한 통일 방안이 있다"며 "과연 대한민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통일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과거 "김정은 정권의 타도" 등을 언급해 사실상 '흡수통일'을 주장해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강압적 흡수통일을 시도한 건 (북한의) 6·25 남침 전쟁이고, 대한민국은 현재 강압적인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평화 통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면전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김 후보자는 이날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단한 관심을 가졌지만 한국 정부는 약간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핵, 인권, 경제협력을 삼위일체로 묶어서 논의하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코로나 19, 국경 봉쇄 등 북한 내부 사정이 있지만 북한이 호응할 경우 조건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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