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물음표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
대극장 뮤지컬의 타이틀롤은 매우 중요하다. 주연 배우들의 이름이 곧 티켓 파워로 연결되고, 공연의 퀄리티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작사가 이미 검증된 배우들을 거듭 무대에 세운다. 그런데 지난 6월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캐스팅 공개 당시 뮤지컬 팬들을 놀라게 한 파격적인 캐스트를 내세웠다.
주인공 볼프강 모차르트 역에 이해준, 수호(엑소), 유회승(엔플라잉), 김희재가 이름을 올렸다. 이 역할에는 앞서 박은태, 김준수, 전동석, 박효신, 임태경, 박강현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 간 바 있다. 사실상 ‘무모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팬들의 물음표를 자아냈던 이번 캐스팅은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실험 정신과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EMK는 이미 한 차례 실험적 캐스팅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낸 바 있다. 지난해 뮤지컬 ‘엘리자벳’의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엘리자벳 역에 옥주현과 함께 이지혜를 캐스팅했다. 이지혜는 이 작품으로 첫 타이틀롤을 맡게 됐다. 뿐만 아니라 죽음 역에는 당시 대극장 첫 주연을 맡게 된 이해준을, 프란츠 요제프 역엔 데뷔 무대를 갖은 길병민(라떼아모르) 등과 함께 했다.
캐스팅 공개부터 공연 초반까지만 해도 이들을 둔 우려와 불신의 시선이 많았다. 심지어는 일부 배우를 둔 ‘낙하산 캐스팅’이라는 오명까지 써야했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여론을 반전시켰다. 특히 그간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공연 성장을 위해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기 때문에 실험적 캐스팅은 오히려 반가움까지 자아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주조연급 캐스팅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뮤지컬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들을 발굴하는 것이 필연적인 업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EMK는 지난 ‘엘리자벳’의 성공을 발판 삼아 또 한 번 ‘모차르트!’로 실험에 나서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EMK가 보증 없는 실험을 하진 않는다. ‘엘리자벳’에서 그런 것처럼 기본기가 이미 다져진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다.
대중은 낯선 타이틀롤에 물음표를 던졌지만, 제작사 입장에선 충분히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먼저 이해준의 경우 ‘엘리자벳’으로 대극장 주연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2013년 데뷔 이후 중소극장의 주조연을 마다하지 않고 기본기를 다져온 배우다.
수호와 유회승도 본업은 가수지만 이미 여러 차례 뮤지컬 무대에 올라 호평을 들었다. 수호는 2015년 ‘스쿨오즈’를 시작으로 ‘더 라스트 키스’ ‘웃는 남자’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고, 유회승은 2019년 ‘위윌락유’를 시작으로 ‘광염소나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선보여왔다. 작품의 팬들의 우려를 가장 크게 받았던 김희재다. 그는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면서 트로트 가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 편견이 더 심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방송을 통해 트로트뿐만 아니라 록, 발라드, 팝 등 다양한 장르 소화력을 보였던 바 있다. 이번 작품이 뮤지컬 데뷔작이지만 제작진의 믿음을 산 이유였다.
‘모차르트!’의 두 번째 시즌부터 함께 해왔던 김문정 음악감독은 “완전히 새로운 볼프강이 캐스팅 된 것은 처음이라 각기 다른 매력을 찾아주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면서도 “네 명의 배우들이 모두 음악적인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각 분야에서 다르게 활동하는 배우들이지만 기본적인 틀 안에서 받아들이는 것, 음악적 지식, 공유에 있어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번 ‘모차르트!’의 흥행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초연 이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무대에 올려지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 역시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안정적인 작품과 제작진의 노하우가 있기에 새로운 시도도 가능했던 것이다. 배우들의 실력은 관객들이 평가할 몫이지만 지난 시즌인 2020년 10주년 공연을 마친 ‘모차르트!’가 새로운 10년을 내다보며 이 같은 캐스팅을 통해 세대교체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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