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대교 생기고 교통이 편리해졌다
[완도신문 고수영]
버스 하면 먼저 고등학교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이 생각납니다.
저는 광주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주말이나 방학 때가 되면 부모님 댁에서 반찬을 가져가곤 했습니다.
어느 날 보자기에 김치통을 싸 버스에 싣고 가다 김치통이 엎어져 국물이 버스에 흘러 그 냄새가 진동했는데 선글라스를 쓴 버스 기사님이 "이 김치통 누구 것이냐"며 인상을 붉혀 어쩔 줄 몰랐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평소 마을 현장과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뵐 기회는 많았지만, 오늘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모처럼 어르신들에게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지연 개발팀장, 김송희 주무관과 함께 오후 1시 50분 고금 석치에서 완도로 가는 고금농어촌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탓인지, 승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를 알아보신 어르신 한 분이 "면장님이 뭔 일로 버스를 타요"라며 저의 손을 꼭 잡아주시는 어르신 덕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고금면 상정리에 사신다는 어르신은 이날 완도읍에 '콩을 팔러 다녀 오셨다'며 버스를 천원에 이용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버스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일행의 버스요금을 서로 먼저 계산하겠다고 만 원짜리를 척척 내시는 분들 덕분에 버스 안에는 웃음꽃이 필 때도 많았다고 합니다.
장보고대교 개통 후
장보고대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완도읍을 자유롭게 다니기도 힘들고 목욕탕 가기도 힘들어 마량을 많이 찾곤 했지만 장보고대교가 개통된 이후에는 30분마다 운행하는 천원 버스 덕분에 "완도로 가는 교통이 이렇게 편할 수가 있당가"라며 좋아하셨습니다. 가격이 천 원밖에 되지 않아 자가용을 소유하신 분들도 기름값이 비싸 일부러 버스를 타신다고 합니다.
그러시면서 이제는 나이가 들어 다리가 아파 걷기 힘들다며 버스 승강장 거리 조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군청 담당부서와 협의하여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고금면 백운동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은 올해부터 마을 안까지 버스가 다녀 세상 편해졌다고 좋아하셨습니다. 고금면에서는 올 초에 거동이 불편하신 교통약자를 위해 신장리, 백운동, 음마동 3개 마을 신규로 농어촌교통모델사업 버스노선을 건의하였습니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져 고금면은 올해부터 버스노선이 3개 마을 추가되어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해소되었습니다.
농어촌 교통모델사업은 대중교통 취약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사업으로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고금에서 태어나 고금에서만 40년간 고금여객 버스를 운행하신다는 고금버스의 산 증인 박희수 형님도 만났습니다. 40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셨다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예전보다 급여는 작지만 기사 구하기가 어려워 고향에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운전대를 잡겠다는 형님의 말씀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도남리에 거주하며 버스를 운행하고 계신 김관배 기사님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애로사항을 들었습니다.
기사님은 도시에서 퇴직하고 6년 전 고금면에 정착하면서 버스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운행시간과 운행횟수가 많아 몸이 힘들 때도 있지만, 본인 몸이 힘들더라도 대신 승객들이 편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힘이 절로 난다고 하셨습니다.
승객들과 버스 안에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기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할 때도 있다는 인간적인 말씀에'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구불구불한 구간이 많은 고금면의 도로 사정이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현재 고금 청용-상정 도로 시설 개량사업이 추진 중에 있고 이 사업이 완공되면 도로 여건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약산 당목항에서 완도까지 버스 5대로 1대당 5회 배차시간 30분마다 총 25회를 운행하는데 당목항에서는 40분 정차하며 대기한다고 합니다. 대기하면서 마냥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고 버스 안에서 기다릴 수만 없기 때문에 당목항에 버스 기사님들의 휴식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군민들의 안전 운전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금 석치에서 군청까지 왕복 1시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버스에서 어르신들과 나눈 정다운 이야기는 오래오래 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깊은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다음 버스에 탑승하실 분은 김준혁 노화읍장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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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고금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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